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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쓰기

도토리 이야기, 신갈나무 투쟁기 (2017.05.25)

by 우산 신동호 2019. 5. 13.



"나무에게도 치열한 삶이 있다.
작은 종자 하나에서 얼어붙은 땅을 헤집고 싹을 틔우는 일에서부터
잎을 만들고, 줄기를 키우고, 뿌리를 키우고, 꽃을 만들고, 열매를 만드는
어느 것 하나 거저 되는 법이 없다"

- "신갈나무 투쟁기"에서




May it be - Enya




"신갈나무 투쟁기"를 읽었다.

지난 겨울,
책의 내용을 되새기며,
신갈나무와 함께하는 시간이 즐거웠다.




"신갈나무는 참나무류 중에서 우리나라 산림의 아주 많은 면적을 처지하고
실로 이땅의 주인이 되어가고 있는 참나무류의 대표이다."




"가을이 성숙되면서 열매는 바람에 흩어지고
열매가 떠난 자리에는 빈 모자(각두)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




"보통 모자와 함께 떨어지기도 하나
열매가 과성숙되어 건조해지면 열매만 빠져나가기도 한다."




"신갈나무의 종자는 가을날 땅으로 떨어지면서 곧바로 뿌리를 내린다.
어린 뿌리는 땅속에서 혹독한 첫 겨울을 보낸다."




지난 2월 속리산에 오르면서,
뿌리를 내린 도토리를 만났다.




"막 싹이 난 열매일지라도 뿌리는 깊게 자라있다.
신갈나무는 오래 살아남는 첫 번째 지혜로써 뿌리를 길게내는 방법을 취한다."




"낙엽 속에 자리잡은 도토리는 이리저리 떠밀리는 신세가 고단하기만 하다.
그러나 열매여! 굴리는 바람을 미워하지도, 경사진 구릉을 미워하지도 말 일이다.
나무란 처음 발을 내린 곳에서 생을 이어가는 운명이다."




"식물의 어린 싹은 대단히 연한 조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바로 동상에 걸리거나 얼어 죽고 말 것이다.
이러한 위험을 피하기 위한 가장 확실한 방법은
겨울이 끝나고 난 후에 싹을 틔우는 것이다.
그래서 씨앗은 겨을 동안 잠을 자게 된다. "




"신갈나무의 열매는 둔탁한 몸집으로 인해 그다지 깊은 땅속에 묻히지 않는다.




"가끔 낙엽 위에서 뿌리를 내었다가 낙엽이 썩으면서 쓰러지는 불행을 겪기도 한다.




봄이 되면서,
"뿌리 끝에서 뭔가 비상하는 힘이 뿌리를 통째로 끌어 올리듯 강렬하게 튀어 오른다.
크고 믿음직했던 떡잎."
떡잎이 없는 참나무는 도토리가 떡잎이다.




도토리에서 줄기가 나오는 모습을 보고싶었다.
4월 중순, 드디어 줄기가 올라온다.




"뿌리와 줄기는 하나의 열매에 구분 없이 붙어 있다."




"떡잎의 한쪽에서 땅 위로 힘찬 줄기가 뻗어 나온다.
줄기는 먼저 세상에 나온 뿌리와 강하게 연결되어 있어,
사실 어디까지가 줄기이고 어디서부터가 뿌리인지 구분도 가지 않는다."

(위 두장의 사진은 시골집 뒷뜰에서 잡초를 제거하면서 나온 것을 땅 위에 올리고 찍은 것이다.)




"본격적인 나무로서의 생활이 시작되는 순간이다."




나무가 자라면서, 도토리의 운명은 끝이 난다.




도토리 두 알

-박노해-

산길에서 주워든 도토리 두 알
한 알은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
한 알은 크고 윤나는 도토리
나는 손바닥의 도토리 두 알을 바라본다




너희도 필사적으로 경쟁했는가
내가 더 크고 더 빛나는 존재라고
땅바닥에 떨어질 때까지 싸웠는가
진정 무엇이 더 중요한가




크고 윤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청설모나 멧돼지에게나 중요한 일
삶에서 훨씬 더 중요한 건 참나무가 되는 것




나는 작고 보잘 것 없는 도토리를
멀리 빈숲으로 힘껏 던져주었다
울지 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크고 빛나는 도토리가 되는 것은 다람쥐에겐 더없이 좋은 먹잇감이지만
도토리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그리 중요한 것이 못된다.
참나무가 도토리 열매를 맺는 것은 다람쥐의 먹이가 되고자 함이 아닌 것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땅에 묻혀서 참나무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푸른 숲을 이루는 일이다."

2017.05.25


[레벨:6]조피디

2017.05.25 16:38

도토리열매의 치열한 삶의 현장을 보는 듯 합니다.

"신갈나무는 오래 살아남는 첫번째 지혜로서 뿌리를 길게 내는 방법을 취한다."라는 글이 눈에 들어 옵니다.

모든 생명들은 각자 자기가 살아남는 최선의 방법을 선택할 것이니 도토리 또한 그러하겠지요.

평소에 눈길조차 주려고 생각하지 않았던 대상이 이렇게 감동적인 스토리가 되어 내게 다가 오네요.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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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4]우의아침

    2017.05.25 16:42

    '울지마라, 너는 묻혀서 참나무가 되리니... 그리하여 푸른숲을 이루리니'

    우산님이 도토리에게 전하는 말을 듣고 우의아침 위로받고 치유받습니다. 

    도토리도 아닌데 이래도 되나 싶지만, 아무튼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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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6]우목/이창길

    2017.05.25 18:00

    귀한 자료들을 남기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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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5]바람소리

    2017.05.25 18:36

    그리하여 푸른 숲을 이루는 일이다....!!

     

    멋진 글 잘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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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5]지금여기

    2017.05.25 20:37

    오늘도 자연에게 배웁니다.

    오늘도 우산님께 배웁니다~^^ㅎ

     

    무지무지 감사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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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3]흰소리

    2017.05.25 21:25

    지는

    도토리가 먹는 묵으로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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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5]들꽃찾아

    2017.05.25 21:33

    바쁘실텐데 어찌 이리도 치밀한 그림을 그리셨을까요. 갑자기 우산 님이 무서워집니다.^^

    댓글

  •        

    [레벨:5]우산

    2017.05.29 06:17

    들찾님의 곤충 사진을 보면 더 무섭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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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레벨:6]雲竹/꼬꼬마

    2017.05.26 11:10

    "나름의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을 새삼 공감하게 되네요.

    관심을 보이면 보이는 것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아무 일도 없을 것 같은 것.

     

    우산 님의 작은 관심 덕분에 좋은 이야기들을 새기게 됩니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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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6]보라/김희영

    2017.05.26 11:34

    보다 중요한 일~~!!

    참나무가 되는 것

    우산님의

    글과 사진에

    푹~~살짝 아니 많이

    감동하게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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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4]상훈

    2017.05.26 17:37

    언제나 늘  깊은 여운을 남게하는 우산님의 글

    제주 여행에서 돌아와 여유있게 읽어보는 시간입니다

    마지막 글귀는 참으로 위대한 자연의 힘을 느끼게 해주는 글입니다

    저도 푹 감동받고 갑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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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5]화우

    2017.05.27 01:08

    신갈나무 투쟁기, 저도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한꺼번에 읽어지지가 않네요. ^^

    사진과 함께 보니 더 머리에 들어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 [레벨:5]단비*

    2017.05.28 01:14

    우산님의  신갈나무 투쟁기가  마음에  잔잔한  여운을  남깁니다 ㅎㅎ

    '보다  중요한  일~~   참나무가  되는  일 '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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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5]유유

    2017.05.28 21:10

    억울해............

    왝 묵 사진 없나요

    묵 무침, 묵밥, 묵사발, 아무 것이리도 좋으니 추가로 넣어 주세요~

    댓글

  •        

    [레벨:5]우산

    2017.05.29 06:21

    묵사발이 맛있는 계절이 왔네요.

    묵 사진을 미처 생각 못했습니다.

    보완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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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3]회리

    2017.05.29 07:28

    그런데 이 책의 저자인 차윤정이라는 사람이 나중에 4대강 홍보대사가 되었다지요.

    자연을 이토록 심도 있게 이해하고 연구한 사람이, 어떻게 자연 훼손의 대명사인

    4대강 사업을 찬양하는데 앞장서다니...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아이러니로군요.

    도대체 어떤 마음이 진실일까요...???

    (우산 님 글에 딴지거는 거는 절때~로 아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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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3]돌격대장

    2017.05.29 09:39

    묵재료와 다람쥐의 먹이로만 기억되는 신갈나무의 도토리에 이토록 강인한

    대자연의 스토리가 있음을 우산님의 작품으로 알게되었습니다.

    산행기도 최고요, 신갈나무 도토리 스토리도 감명깊네요.^^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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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2]두레박

    2017.05.29 17:16

    식물들의 삶이 얼마나 치열한지를

    새삼 다시 생각하게 하십니다.

    열정에 노력에...

    감사드립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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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6]청명/구름

    2017.05.29 17:47

    봄이면   싹을 피우는 도토리가 이뻐서  사진을  담았는데   ....................

    도토리  ......  아름다운   글을  읽게 되네요

    고운 시선   아름다운 시선에   감탄합니다

    정말 대단하십니다  ...............................   ^^*

    댓글

  • [레벨:3]만틴블루

    2017.05.29 21:20

    천상의 소리

    Enya와 함께하니 감동이 배가 되는듯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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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4]뻐꾹채/이상헌

    2017.05.30 10:31

    자연의 신비

    살아가는 방법이 다양해요

    다람쥐의 건망증이 도토리를 발아 시킨다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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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4]초롱

    2017.05.30 16:00

    도토리의  일상을 사계절로 아름답게 사진으로 보여주신 정성 대단하시네요

    나무가 사는 방법 치열하고 저도 책주문 했습니다, 읽어보고 싶어서요 읽고 나면 저도 뭔가 더 배울것이 있을듯 나무에 대해 이해심도 생기겠죠

    아마도 누구에게나 발아한 도토리 사진은 서너장쯤 있을텐데 이리도 써주시니간 멋집니다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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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벨:4]라임

    2017.06.03 17:19

    그러네요. 그러네요.

    무엇이 중요한지 내 목표가 무엇이었는지..

    내 삶의 근본이 무엇이었는지... 잊어버리고 살았네요.

    도토리 를 읽으면...우산님의 또다른 눈기을 발견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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