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생각 쓰기

아들 결혼식 주례사

by 우산 신동호 2019. 5. 13.

이미지: 사람 1명, 서 있음, 결혼식


자식 혼사에서 주제 넘은 일을 했습니다.


둘에게 저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라는 반성문이었습니다.


이미지: 사람 2명, 웃고 있음, 근접 촬영


♡♡

며칠동안 날씨가 추워서 걱정했는데,

다행히 오늘부터 추위가 꺾이고, 파란 하늘에 흰구름이 떠다니는 축복받은 날이 됐습니다.

신부가 그토록 원했던 5월의 신부가 부럽지 않은 날입니다.

오늘 두 남녀가 하나 되는 자리에 이렇게 앞에 서게돼서 영광입니다.

처음 이 자리에 서달라는 부탁을 받고, 고민이 많았습니다.

요즘 주례가 없는 결혼식이 많아지긴 했지만,

부족한 제가 집안 어른이나 선배님들 앞에 서는 것이 주제 넘은 것이 아닌지 염려가 됐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신랑과 신부가 원했던 것이고,

이렇게 여러분이 모인 자리에서 두사람에게 하고싶었던 얘길 하는 것도 의미있겠다 싶어 용기를 내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신랑 진섭군은 제가 전공의를 마치고 군 생활을 할 때,

지방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자유롭게 살았고,

서울에 와서도 스케이드보드와 스노우보드를 즐기면서 신나는 학교생할을 했습니다.
그러다가 고3이 되니 엉뚱하게 디자이너가 되겠다는 선언을 하고,

우리가 생각할 겨를도 없이, 학원 몇개월 다니더니 원했던 학교에 들어갔습니다.
공부를 끝낼 무렵에는 자전거에 빠졌는데, 타는 것도 좋아했지만 라이딩 문화를 즐겼습니다.

그리고는 자전거 문화와 관련된 일을 하게되었고,

지금은 자전거 의류를 디자인하고 판매하는 사업을 하고있습니다.


신부 수진양은 부모님이 모두 교육자로 본인도 초등학교에서 교편을 잡고있습니다.
신부 역시 자유로운 영혼의 소유자라서 안해본 운동이 없을 정도로 활동적인 여성입니다.

학생도 열심히 가르치면서 시간만 나면 자유를 찾아 떠납니다.
신부는 신랑 절친의 동생으로 오래전 부터 신랑과 알고지내던 사이였습니다.

두 명의 자유로운 영혼을 지켜보던, 신랑의 친구 겸 신부의 오빠가 둘을 맺어줄 생각을 하고,

올봄부터 신랑과 작전을 짰는데,

일이 잘되려는지 짧은 시간에 눈이 맞아서 이렇게 결혼을 하게 됐습니다.


이제 결혼을 하면 두 사람은 자유의 날개를 잠시 접어야 할겁니다.

결혼을 결정하는 것도 어렵지만, 결혼 생활을 잘 하는 것은 더 어렵습니다.

얼마나 행복하게 사는냐는 지금 두 사람의 마음이 변치 않고,

서로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결혼 생활을 잘 하는 방법으로 '성철스님'은 다음과 같은 말씀을 하셨습니다.

첫째 아내와 남편을 우선시 할 것,
둘째 부모를 우선시 할 것.
셋째 자식을 우선시 할 것.


저는 아내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제 또래의 친구들도 대부분 그랬을겁니다.

둘이 잘 지내는 것 같으면서도, 부모님이나 형제 얘기만 나오면 제 주장만 했죠.

이렇게 된 것은 저의 잘못 때문이겠지만, 그 당시 대가족제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그때는 대부분의 집에 많은 자녀가 있었고,

우리집도 5남매, 제 아내는 10남매가 함께 살았습니다.

그런 대식구가 살기 위해서는 부모님의 모든 것을 내줄 수 밖에 없고,

나중에는 자식에게 기대지않고는 살 수 없기 때문에,

더 자식에게 집착했는지도 모릅니다.

그러다보니 며느리는 늘 뒷전이었고, 시집살이가 힘들었을겁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저는 몰랐습니다.

돈 벌어다주고, 주말에 함께 다니는 것으로 남편 노릇 다했다고 생각했지만,

둘 사이의 벽을 깨닫지 못했던거지요.

그런데, 아내가 갱년기 우울증으로 힘들어 할 때, 그 벽을 조금씩 알게됐습니다.

그때 깨달은 것이 아내를 우선시 하지 못했다는 것이었습니다.

늘 부모님 다음으로 생각했고,

아내가 부모님께 잘하는 것은 당연시하고, 조금 더 잘해주기만 바랐던 거죠.

그렇다고, 부모님께 대단한 효도를 한 것도 아니고, 중간에서 눈치만 봤습니다.


제가 생각을 바꾸면서,

부모님이 조금 섭섭해도 아내를 우선시 하려 노력했고,

그래야 부모님도 편할거란 생각을 하게됐습니다.

그 이후로 아내가 좋아졌지만, 아직도 가끔 그런 문제로 티격태격하며 삽니다.

성철스님이 아내를 우선시 하라는 것은, 제게 하신 말씀이었던겁니다.

우리나라에 저와 비슷한 문제로 갈등을 겪는 부부들이 많으니 그런 얘길 하셨고,

이제는 그런 어리석음을 반복하지말라는 것이죠.

그런데, 이제 세상은 바뀌었고, 우리가 겪었던 시집얘기는 듣기 힘들어질겁니다.

특히 스마트폰의 출현 이후에는 정신 없이 변하는 것 같습니다.

청첩장을 모바일로 보내게 됐고, 부모의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자식과 떨어져 둘이 사는 것이 편한 것도 알게되었고,

노후를 자식의 도움 없이 살 준비를 합니다.

자식은 '오면 반갑고, 가면 더 반가운' 세상이 된겁니다.

이런 세상에서 부모에게 효도하려고 애쓰지 마십시요.

두 사람이 행복하게 사는 것이 최고의 효도입니다.

부부가 취미생활도 같이 하면서 닭살이라는 소릴 듣기 바랍니다.

둘이 재밌게 살아야, 자녀에 대한 집착도 줄어듭니다.

아이들은 그런 모습을 보며 자연스레 바람직한 가정교육을 받는겁니다.

너무 자식에게 매달려서 자식을 바보로 만들지 마십시요.

부부싸움을 했다고 부모님 찾아와서 징징대지말고 둘이 해결하십시요.

부모님 찾아오면 싸움만 커지고 길어질 뿐입니다.

둘의 싸움은 침실에서 끝내십시요.

그렇게 살면서,

부모가 질병이나 노환으로 독립적인 생활을 할 수 없어서 자식의 도움이 필요할 때가 오면,

남은 사랑을 주면 됩니다. 가끔 부모를 찾아와 말동무라도 해주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그리고, 형제가 적은 여러분의 세대는 편할지는 몰라도, 오랜 세월을 살기엔 외롭습니다.

친구도 좋지만, 가장 오래 함께 할 수 있는 사람은 가족입니다.

양가의 경조사에 적극 참여해서 마음을 나누고, 행동으로 보여주면

자연스레 돈독한 사이가 되고, 다음 세대도 행복해질 겁니다.

가족과 멀어지면 아이들도 외로워집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앞에 선 두 사람은 서로를 최우선으로 생각하고 사랑하십시요.

둘의 사랑이 시작이자 끝입니다.

그 사랑은 자녀에게, 그리고 형제와 부모에게 전달됩니다.

그리고, 친구와 이웃도 사랑하십시요. 그러면 두 사람의 삶이 행복해질겁니다.
사랑받기위해 태어난 두 사람입니다. 하나님의 은총으로 영원히 행복하길 빕니다.


수진아, 진섭아, 잘 살아라.

끝으로, 많이 부족한 제 아들을 가족으로 맞아준 수진양과 오빠 선영군, 부모님께 감사하고,

주말 소중한 시간에 이곳을 찾아주신 하객 여러분께 죄송한 마음으로 감사드립니다.
남은 시간 맛있게 식사 하면서 즐거운 시간 보내시고, 조심해서 돌아가세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