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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기

한라산, 겨울꽃에 파아란 바람이 불던 날 -1-

by 우산 신동호 2020. 12. 22.

 

 

흰 수건이 검은 머리를 두르고

흰 고무신이 거친 발에 걸리우다.

 

흰 저고리 치마가 슬픈 몸집을 가리고

흰 피가 가는 허리를 질끈 동이다.

 

(슬픈 족속 / 윤동주)

 

 

 

 

...구름이 흐르고 하늘이 펼치고 파아란 바람이 불고...

(자화상 / 윤동주)

 

서른도 못 채우고,

서른 즈음에 세상을 떠난 윤동주는

어떻게 저런 것이 다 보였을까?

 

나는 파아란 바람이 어떤 것인지,

오늘에야 알았다.

 

그런 바람이 불던

흰 한라산의 하루를 기록한다,

 

 

 

일기예보가 제주의 눈 소식을 알린다.

한라산 홈페이지의 CCTV를 본다.

보고 싶었던 눈 산이다.

주말의 날씨도 최적이다.

 

항공권을 검색하니 빈자리가 많았다.

코로나19로 2.5단계에서

여행자가 줄었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두려웠지만,

내 욕심을 이기지 못했다.

 

집을 나서면서,

장갑과 KF94마스크를 착용하고,

밥 먹을 때를 제외하고는 벗지 않았다.

 

 

등산을 계획하는 분들을 위해서,

사진에 시간과 사진정보를 담았다.

저렇게 햇빛 번짐을 찍으려면,

조리개를 조이면 된다.

 

눈 덮인 나무 틈새로

해가 보여서 셔터를 눌렀는데,

스노우 몬스터의 눈이 되었다...^^

 

 

한라산을 예쁘게 담기 위해서,

가벼운 풀프레임 카메라(a7c)에

24mm 단렌즈(SEL24F14)를 장착했고,

 

 

줌이 필요한 경우에는

콤팩트 카메라(DSC RX-100)를 사용했다.

 

방수 장갑을 끼고 카메라 조작을 했지만,

찬 바람에

집게손가락에 가벼운 동상이 걸렸다.

그 손가락은 사진 정리하느라

또 쥐가 나고...ㅠ.ㅠ

 

추운 날에는 카메라 케이스가 꼭 필요하다.

배터리가 얼면 동작 그만이 된다.

앞에 거는 것이 제일 편하다.

 

 

한 걸음 물러서야 할 나이에,

더 나가려고 안달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개뿔....ㅎㅎㅎ

모두가 욕심 때문이다.

 

모든 사진은 라이트룸으로 후보정을 했다.

후보정을 싫어하는 분도 있지만,

사진 찍을 때의 느낌에 가깝게 가려면,

후보정이 꼭 필요하다.

RAW로 찍어야 후보정의 폭이 넓어진다.

 

 

내년부터는 백록담 코스로 가려면

예약이 필요하다.

 

 

택시를 타고 성판악에 가는데,

제주 대학 앞에서 도로 통제를 하면

버스를 타야 한단다.

 

그런데, 5.16 도로엔 눈이 없었다.

 

어두운 길을 걸으며 

은근 걱정이 됐다.

거친 바람에 눈이 모두 떨어진 것 아닌가?

 

 

기우 였다.

 

오르다 보니

눈이 보이고,

 

 

습한 찬바람에

상고대도 피었다.

 

 

삼나무 숲이 이렇게 예뻤나?

 

 

속밭대피소에 도착했다.

 

 

편한 모습으로 쉬는 청춘의 모습에서

음악이 들린다.

 

젊은 날의 정경화~~

 

 

 

Mendelssohn Violin Concerto 1st Mov by Solti

정경화

 

 

 

스노우 몬스터가 나오기 시작한다.

눈이 와야 형체가 나타나는 괴물(monster).

 

 

 

 

숨은 그림 찾기.

당신 어디 있는거야?...ㅎㅎㅎ

 

 

뭐가 보여?

 

 

'붉은겨우살이' 구나...^^

빨간 열매가 예쁘다.

 

 

찐빵 버섯...ㅎㅎㅎ

 

 

 

 

 

 

 

 

찬바람이 쌩쌩~~

 

 

 

 

 

전세계에서 통용되는 경위도가 있는데,

이런 좌표가 필요했는지?

 

 

 

 

 

 

 

 

와, 겨울왕국이네...

 

 

엘사와 안나

뒤로 올라프가 따른다...^^

 

 

 

내 코에도 콧물이 흐르는데,

이 녀석도...^^

 

 

 

 

 

섬매발톱나무의 가시가 보인다.

 

 

 

 

진달래밭 대피소에 도착했다.

 

 

 

화장실을 예쁘게 지었다.

 

 

풍경을 보면서 볼 일을 보는 것도

행복이다...^^

 

 

 

까치에 밀려

산으로 쫓겨난 까마귀들...ㅎㅎㅎ

 

 

대피소에서 간식을 먹었다.

 

오늘 새로 산 아이젠이 보인다.

 

어제 제주에 도착해서

아이젠을 잊은 것을 알았다.

모든 가게가 일찍 문을 닫기 때문에

구할 수가 없었다.

 

제주 친구에게 SOS

늦은 시간에 숙소로 아이젠을 가져왔다.

대단한 민폐...ㅠ.ㅠ

 

다음 날 아침에 배낭을 챙기며

아이젠을 꺼내기 좋게

다른 주머니에 넣었다.

 

성판악에 도착해서 아이젠을 찾으니

주머니가 안 보인다.

다행히 매점에서 아이젠을 팔았다.

 

아이젠을 빌려줬던 친구에게 미안했다.

 

택시를 타기 전에 잃은 것 같다.

대피소에서 앉아있다가

여관 주인에게 전화를 했다.

 

혹시 로비나 길 건너편에

검정색 주머니 안 보이냐고?

 

길 건너에 주머니가 보인단다....ㅎㅎㅎ

아, 다행이다~~^^

 

 

아이젠을 찾아서

기분이 좋아졌는데,

 

 

하늘도 뚫린다.

 

 

이제 '파아란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산개벚지나무'로 찍는다...^^

 

 

 

 

고도가 높아지면서,

 

 

 

더 멋진 풍경으로 변한다.

 

 

 

나무에 상고대,

 

 

머리에도 상고대~~^^

 

 

 

 

 

 

 

 

 

 

 

 

 

 

 

 

손이 꽁꽁꽁

발이 꽁꽁꽁

겨울 바람 때문에~♪

 

 

눈 만난 스노우 몬스터는

즐겁기만 하고~~^^

 

 

 

 

 

 

몬스터 왕국

 

 

 

왼쪽 꼭대기에

백록담으로 오르는 사람들이 보인다.

 

 

 

 

 

 

 

 

 

 

 

 

 

 

 

 

 

 

 

 

백록담(동벽)으로 오르는 계단

 

 

 

 

 

 

 

 

 

칼바람이 보인다.

 

 

얼굴 따갑고,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거센 바람에,

백록담 앞에 서있는 것도 힘들었다.

 

 

그래도,

인증샷을 위해 줄을 서있다.

 

 

세 장의 사진을 찍어,

라이트룸으로 파노라마를 만들었다.

 

 

 

 

 

 

관음사로 가는 길.

 

 

 

 

 

 

 

눈 가는 곳마다 펼쳐지는 장관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내려가는 길에도

여기저기서 신음 소리가 들렸다.

 

처음 보는 풍경이 많아서,

사진이 너무 많고 지루한 글이 되었다.

 

그래도 같은 사진은 없다.

내 멋대로 2편으로 이어진다...^^

 

 

함께 한 친구들.

고마워~~^^

 

 

2020.12.19 한라산

 

 

 

 

 

댓글 22

우의아침

    • 2020.12.22 20:04

      행복한 삶이 그대로 전해집니다.  자신을 이토록 사랑하니 세상이 또 얼마나 아름다울까.

      행복 옆에 서 있는 민작가님과 시연님도 부럽습니다.^^

       

우산

2020.12.23 20:52

집에선 자주 다투는데,

산에선 행복해 보이죠.

우의아침님도 행복하시죠?

코로나 끝나면 포항부터 가야겠어요...ㅎㅎㅎ

 

 

유유

2020.12.22 21:29

묻지도 말아라

나는 어쩌다가 제주도 살게 되어 이런 사진을 보아야 하는가!

 

정녕 히말라야도 아니고 알프스도 아니련만

그날 이침

아파트에서 멀리 바라보고만 있었는데

허어 참~

 

침 한 방울 넘어가다가

목에 맺힌 소리 요란하게 들리네요 !

 

 

 

우산

2020.12.23 20:53

    • 유유 님이 미워할 것 같아요.

      제주막걸리도 고팠는데,

      한라산에 가면 늘 시간이 모자라서,

      저녁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시연

    • 2020.12.22 22:42

      참을 수 없이  짐승 소리를 

      하루 종일 지르고 말았습니다~ㅎㅎ

      이 세상 풍경이 아닌것 같은 황홀경을

      함께 즐겨 줄 벗이 있었음에 

      더욱 행복했고 즐거웠구요

      이제 한라산을 졸업해도 되겠다고 했으나

      그리움이 더욱 짙어지지 않을까 해요

      그 추위에 사진이라는 멍에를 내치지 못하는 미련 때문에

      더욱 고생스러웠지만 오늘 따뜻한 집에서 바라보니

      이렇게 좋을 수가 없습니다~ㅎㅎ

      수고하셨고 감사합니다~^^

별꽃/민경화

    • 2020.12.23 08:40

      시연님의 시선으로 본 한라산도 궁금하답니다

      보여주실거죠? ^^*

별꽃/민경화

    • 2020.12.23 08:39

      겨울 한라산 감동을 나누어 주셔서 고맙구요

      함께 한 칭구들이 부러워요~~

      다음 편 빨리 보여주세요~~^^

       

우산

2020.12.23 20:54

눈이 침침해져서,

쉬었다가 올려야겠어요...ㅎㅎㅎ

 

 

혜안

2020.12.23 10:32

바로 이 맛에 그 힘든 백록담을 오르나봅니다.

고생하신 덕분에 편하게 앉아서 즐감합니다.

대단하신 체력과 열정에 찬사를 보냅니다... 코로나 때문에 새해 일출 야간등반이 없어서 많이 아쉽네요...ㅠㅠ

새해 일출을 두 번 봤는데 그래도 또 보고 싶어요..ㅎㅎ

 

 

 

우산

2020.12.23 20:55

맞아요.

그래서 제주에 가서 한라산을 안오르면

뭔가 빠진 것 같아 항상 오르죠.

감사합니다...^^

 

 

소촌

2020.12.23 11:51

한 번은 가야겠습니다.

 

 

 

우산

2020.12.23 20:57

넵, 가야할 곳인데,

늘 저런 모습이 아니라 아쉽죠.

감사합니다~~^^

 

 

다현

2020.12.23 11:52

한라산 설국을 편하게 앉아 봅니다.

보는 내내 감탄사를 연발하며 부러움에 배가 아프기도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즐감합니다.

 

 

우산

2020.12.23 20:58

다현 님의 목소리가 귀에 쟁쟁합니다.

늘 다정한 댓글.

고마워요~~^^

 

 

아이디카

    • 2020.12.23 16:46

      한라설산 산행기를 동영상처럼 빼먹지 않고 멋진 솜씨로 보여주시니...

      마치 우산님 등에 업혀서 같이 다녀온 기분이 드네.. ㅋㅋ

      내가 스물 두살 때 1월 초에 제주도 친구 집에 놀러가서 점심먹고 나서

      '어 오늘 날씨 포근하네? 우리 한라산에나 올라갈까?'  '그러지 뭐. 잠깐이면 되지...'

      그리고는 어리목까지 버스타고 가서 오후 두시 출발. 

      웃세오름 300미터 앞두고 오후 4시에 대피소 직원들 철수하면서 가지 말라 하는 걸 쪼오기 대피소 찍고 유턴해서 따라갈께요 속이고

      서북벽 빙벽에 설치된 쇠사슬 손에 쩍쩍 달라붙으며 기어이 백록담에 오르니 해는 지고 ...

      눈 덮인 설원에 달빛 별빛 의지해서  데굴데굴 구르고 미끄러져 어리목에 내려오니 밤 9시...

      평상복에 운동화에 맨손에 동네 식당서 금방 라면먹고 나온 복장으로 ...

      지금 생각하니 그 때는 수퍼맨이었어.... 그리고 그 때 한라산 오르내리며 만난 사람이 열 명도 안 되었었지...ㅋㅋㅋ

       

우산

2020.12.23 21:04

와, 정말 대단한 추억.

스물 두살이면 생도시절인가 보네요.

힘이 넘치던 시절. 생각만 해도...ㅋㅋ

저도 30 초반에 실내화 신고

원피스에 샌달 신은 처녀와 

윗세오름에서 백록담에 오르던 생각이 나요.

그때도 팔팔했죠...^^

윗세오름에서 백록담을 오르던 

 

 

전향

    • 2020.12.23 18:52

      정말 아름다운 한라산 입니다

      정상에 서면 가슴 벅찰 것 같아요....

      저도 한라산 눈산행 도전해 보고 싶네요 ^^*

       

우산

    • 2020.12.23 21:06

      정상에서 가슴이 벅차야하는데,

      칼바람에 얼굴이 따가와서 정신을 못차렸어요.

      그래도 전향 님께 사진을 보여줘야한다는 생각에

      셔터는 눌렸죠...ㅋㅋ

      감사합니다~~^^

상훈

    • 2020.12.23 20:02

      아!!!  

      감탄사만 나옵니다

      내년엔 저도 따라갈께요^^

우산

    • 2020.12.23 21:07

      상훈 님도 함께면 훨씬 즐겁겠죠.

      손주가 놔주면 한번 가자고요.

      감사합니다~~^^

라노

2020.12.23 20:18

갑갑한 요즘을 한방에 날려버리는 성판악 한라산행코스, 열심히 보고 또 봅니다.

우산 님 대단하시단 거는 이미 늘 하는 말이고, 함께한 동행인들도 우러러보일 밖에요.

멀쩡히 좋은 날에도 성판악으로 올라 찍은 한라산 정상에서의 사진속 표정이 거의 초죽음같던 기억이 생생한데

이 한 겨울 아이젠 끼고 오른 그 먼 눈 길을 이렇게 보기좋게 보여주시다니요.

쌩쌩한 칼바람이 가슴속까지 말끔히 씻어주었을 듯 합니다.

서늘한 기운이 전해져 으슬하면서도 덕분에 마음은 상쾌하네요 .^^

 

 

우산

0.12.23 21:10

라노 님 감사해요.

제가 쓴 글보다도,

라노 님의 댓글을 기다리는 분들이 많을거예요.

덕분에 마음이 상쾌합니다...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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