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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쓰기

때죽나무에 달린 두 종류 꽃

by 우산 신동호 2021. 6. 16.

 

 

5월의 숲을 환하게 밝히는 때죽나무 꽃.

 

 

때죽나무에는 두 종류의 꽃이 달린다.

원래의 꽃과

 

 

충영(벌레집)에서 시작된

충영 꽃(gall flower).

 

원래의 꽃과 비슷하게 생겼지만,

출발이 다르다.

꽃의 오른쪽에 충영이 보인다.

 

 

꽃은 지난해에 준비돼서 겨울을 난 겨울눈에서 나온다.

 

 

꽃이 우수수 떨어진 후에는,

은행 같은 열매가 주렁주렁 달린다.

 

 

그런데, 꽃이 모두 떨어지고 열매가 달리는 6월에 뜬금없이 나타나는 꽃이 있다.

'충영 꽃(gall flower)'이다.

 

 

완벽한 형태를 갖춘 것도 있지만,

 

 

 

 

기형인 것이 많고,

 

 

곁에는 충영이 따라다닌다.

이 꽃은 충영에서 시작된 것이기 때문이다.

 

 

'겨울눈'에서 나오는 원래의 꽃과 달리, 충영과 충영 꽃은 올해 새로 나온 가지의 '곁눈'에서 나온다.

 

 

정상적인 과정에서 '곁눈'은 '겨울눈'으로 성장해서, 내년 봄의 꽃을 준비하는 것인데, 외부의 자극을 받으면 비정상적으로 자란다.

 

 

유충의 다리로 곁눈의 생장점을 자극하면, 식물조직이 유충을 덮기 위해 성장을 하고, 식물조직에 갇힌 유충은 자신의 공간을 만들고 번식을 해서 충영을 완성한다. 

 

 

그러나, 초기 단계에서 유충이 죽으면 충영을 만들지 못하거나, 충영 꽃으로 자란다.

 

 

이 꽃이 열매를 맺기도 하지만,

 

 

대부분은 시들어 떨어진다.

 

 

충영은 '바나나'로 보이기도 하지만, 발톱이 있어서 서양에서는 '고양이 발(cat's paw)'이라 부른다.

'때죽납작진딧물(Ceratovacuna nekoashi)'의 유충이 만드는 것인데, 

 

 

충영이 때죽나무의 꽃과 같은 형태로 만들어지는 것을 보면, 유충이 꽃 생성 메카니즘에 관여해서 충영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때죽납작진딧물은 제1 숙주인 때죽나무에서 제2 숙주로 옮겨갔다가, 가을에 때죽나무로 되돌아와 알을 낳는다.

 

 

 

충영은 가지의 끝에 달린다.

 

 

이 꽃은 정상적인 꽃일까?

 

 

충영과 함께 달려있으니,

'충영 꽃'으로 보인다.

 

 

이렇게 예쁜 꽃이 어떻게 벌레집에서 유래했을까?

 

주인 몰래 들어온 진딧물을 괘씸하게 여긴 때죽나무의 갑질?

아니면 집을 제공해준 숙주에 대한 보은?

 

 

아니다.

유충의 입장에서는 실패한 것이지만, 꽃의 입장에서는 성공한 것이다.

 

 

엄마 나무가 원치않는 탄생이었기에, 꽃이 되고 싶은 욕망이 누구보다 강렬했을 것이다...^^

 

2021.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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