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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리(2) 신종바이러스의 출현, 팬데믹의 시작

by 우산 신동호 2021. 9. 3.

 

바이러스가 생물인지 무생물인지는 과학자들의 오랜 논쟁거리였다. 

자기복제가 일어난다는 점에서 생물, 에너지 생성 능력이 없다는 점에서는 무생물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주세포의 밖에서 바이러스 입자로 존재할 때는 무생물이지만 숙주세포의 안에서는 에너지와 단백질 생산 시스템을 훔쳐서 자기복제를 하는 생물이 된다.

코로나19의 구조는 간단하다. 

중앙에 RNA가 있고, RNA를 보호하기위한 축구공 같은 껍질이 있고, 바깥쪽에는 세포 침범의 열쇠가 되는 스파이크 단백질이 붙어있다. RNA에는 자기복제를 위한 유전 정보가 담겨있는데, RNA는 외부에 노출되면 순식간에 파괴되기 때문에, 유전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껍질이 필요한 것이다.​

무생물의 특성은 방역 면에서 골치아프다.

바이러스가 코나 입의 점막을 침범해도 면역계가 인식을 못하고, 점막을 거쳐 세포에 침범해서 복제를 시작할 때 비로소 침범을 알아차리고 면역계의 방어가 시작된다. 또한, 항바이러스제를 만들기가 어렵다. 세균은 생물이기 때문에 생명활동을 방해하는 항생제로 죽일 수 있지만, 무생물 상태의 바이러스는 죽일 방법이 없고 세포로 들어와서 자기복제를 하는 과정을 방해하는 방법만 있을 뿐이다. 그런데, 그런 약은 우리 몸의 세포에도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치료약의 개발이 더 어려워진다. 백신 또한 혈관 밖의 점막에 있는 바이러스는 막기 어렵다.


바이러스의 변이
바이러스는 설계도인 유전자(RNA)를 숙주의 세포에 가지고 들어가, 그것을 세포에게 만들게 함으로써 증식한다. 이때 잘못된 설계도를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 현상을 '변이'라고 한다. 변이에 의해 내용이 바뀐 설계도를 바탕으로 새로운 바이러스가 만들어지면, 사람은 대항하기 어려워진다. 이렇게 해서 사람은 인플루엔자에 몇 번이고 감염되는 것이다. 변이가 심하지 않은 경우를 '계절성 인플루엔자'라고 하며, 크게 변이 한 경우를 '신종 인플루엔자'라고 한다. 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코로나19는 내부에 RNA를 가진 'RNA 바이러스'이다. RNA 바이러스는 DNA 바이러스에 비해 변이가 일어나기 쉬운 성질이 있다. 그래서 매년 새로운 바이러스가 나타나고 유행하기 때문에, 백신도 매년 바뀐다. 그래서 코로나19의 미래도 예측이 어렵다.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바이러스는 자연에 서식하는 동물들을 숙주로 삼는다. 이제까지 이런 동물들은 깊은 숲 속에서 조용히 살고 있었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사람에게 옮기는 일이 없었다. 그러나 인간의 영역이 확대되면서, '사는 곳'에서 쫓겨난 동물들이 바이러스와 함께 사람이 사는 곳으로 나옴으로써 신종 바이러스가 출현한다.
그러나, 동물의 바이러스와 인간 사이에는 '종간 장벽' 이 있어서 바로 전파되지는 못한다.

 

'종간장벽'을 넘는 방법

이런 장벽을 넘기 위해서 바이러스는 '유전자 재선별'과 '흘러넘침'이라는 두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  '독감바이러스'는 앞의 방법을, '코로나바이러스' 뒤의 방법을 이용한다.


'독감바이러스'의 고향은 조류이며 사람은 종간 장벽이 높아 직접 감염을 일으킬 수 없다. 하지만 새의 독감바이러스(H1N1)와 사람의 독감바이러스(H2N3)가 '중간숙주'인 돼지에게 동시에 감염되면, '유전자 재선별'을 통해서 H1N1이라는 새로운 항원을 가지면서 사람의 세포에서 효율적으로 증식이 가능한 신종 독감바이러스가 나온다.

 

실험실에서 대량의 바이러스를 접종하면 종간 장벽을 건너는 감염이 일어나는데, 이 현상을 '흘러넘침' 감염이라 한다. 흘러넘친 바이러스들에 적응 진화가 일어나 사람 간 전파 능력이 획득되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된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박쥐가 고향인데, 박쥐가 사람과 접촉할 기회는 별로 없다. 따라서 박쥐의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직접 흘러넘침 감염을 일으킬 가능성은 희박하고, 박쥐와 사람의 영역을 모두 공유하는 접점 역할을 하는 동물이 감염의 연결고리가 된다.

 

중간숙주를 찾아야 한다.
이렇게 연결고리가 되는 중간숙주를 찾아야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를 차단할 수 있다. 사스는 사향고양이, 메르스는 낙타가 중간숙주로 규명되었다. 사스의 경우는 사향고양이를 식재료로 쓰는 것을 금지시키고 나서 전파 경로가 차단되고 멸종되었다. 하지만 중동의 필수 가축인 낙타는 쉽게 도살할 수가 없어서 메르스는 여전히 산발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코로나19는 '천산갑'을 비롯한 몇 가지 동물이 중간숙주로 거론됐지만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중간숙주를 거친 것인지, 아니면 바로 사람에게 건너온 것인지 확인하는 것은 앞으로 신종 코로나 출현 예방에 있어서도 중요하다.

신종 바이러스가 잘 생기는 지역

동남아시아에서는 하나의 축산 농가가 집오리, 닭 같은 조류뿐 아니라 돼지, 소 등의 가축도 함께 사육하는 경우가 많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과 동물이 접촉할 기회가 많아지고, 신종 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발생하기 쉽다. 같은 이유로 우한의 화난수산시장도 박쥐를 비롯한 동물이 거래되는 곳이라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꼽혔다.

 

코로나19의 등장

우리나라에서 메르스 아웃브레이크가 발생하고 4년이 지난 2019년 겨울, 중국의 우한에서 불길한 징조가 나타났다. 젊은 의사 리원량은 병원을 가득 채운 환자를 보면서 책에서 배운 사스의 증상과 특징을 떠올릴 수 있었다. 사람 간의 전파가 일어나고 있음을 감지한 리원량은 SNS를 통해 동료 의사들에게 사스와 유사한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을 경고하면서, 적절한 보호 장구를 착용할 것을 권유했다. 그의 메시지는 인터넷을 통해 병원과 중국을 넘어 퍼져나갔고, 세계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가능성을 처음으로 인지하게 된다. 원인불명 폐렴환자를 대상으로 역학조사를 시행하지만 사람 간 전파에 대한 증거는 찾지 못한다. 하지만 중국 질병통제센터의 책임자도 리원량과 마찬가지로 사스의 재발생 가능성을 의심한다. 그리고 사람 간 전파의 가능성을 경고하고 방역의 수준을 올려야 한다고 건의하였다. 하지만 이 의견은 직접 증거가 없다는 이유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중국 최대의 명절인 춘절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확실한 근거 없이 사회 불안을 조성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의견에 묻힌 것이다. 리원량은 사회 불안 조장을 이유로 공안에 불려 가서 고초를 겪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발견
사람 간 전파의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이 상황을 주시하던 1월 7일, 중국 정부는 환자의 샘플에서 새로운 유전자를 가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를 찾았다고 발표한다. 그리고 며칠 뒤 이 바이러스의 전체 유전자 정보를 공개한다. 전 세계 연구자들은 즉각 유전 정보를 분석해 오래전 극성을 부리고 사라진 사스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하다는 것을 밝혀냈다. 또한 그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신종 코로나의 유전자를 증폭해서 확인하는 PCR 검사법들이 빠르게 개발되었다. 이로써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의 감염을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팬데믹
코로나19의 발원지로 꼽혔던 화난수산시장을 자주 방문했던 61세의 환자가 심부전으로 사망하여 신종 코로나에 의한 첫 번째 공식 사망자가 되었다. 공안에 불려 가 조용히 있겠다는 각서에 서명하고 돌아온 리원량은 당시 병원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었다. 그리고 신종 코로나의 유전 정보 발표로 자신의 경고가 맞았다는 것이 증명된 바로 그날, 기침과 발열 증상 악화로 자신이 환자가 되어 입원한다. 화난수산시장의 폐쇄 조치에도 불구하고 환자의 발생은 줄어들지 않았고, 중국 외의 여러 국가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신종 코로나의 감염자가 발생한다. 우한에서도 감염자가 200명 이상 늘어나고 세 번째 사망자가 발생한다. 더 이상의 증거들은 필요가 없었다. 결국 리원량이 의심하고 경고한 지 한 달이 지나서야 사람 간 전파가 인정되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출현했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발표된다.

 

우한의 봉쇄
당시 상황을 지켜보는 전문가들의 신경을 날카롭게 만든 중요 변수는 춘절이 코앞에 다가왔다는 것이었다. 우한은 중국 내륙의 대표적인 도시이자, 아홉 개 주의 통로로 불릴 만큼 많은 철도와 도로가 통과하는 교통의 요지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과거에도 흑사병으로 큰 피해를 입은 역사가 있기도 하다. 이런 우한을 일주일의 연휴 동안 수억 명의 사람들이 거쳐갈 예정이었다. 대량의 인파가 거쳐가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걷잡을 수 없이 퍼져나갈 것이 분명했다. 결국 춘절을 하루 앞두고 감염자가 631명, 사망자 17명으로 증가한 시점에서 우한은 완전히 봉쇄되었다.

WHO는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언

우한 봉쇄로 최초의 격벽이 닫혔지만 문제는 시기였다. 연휴는 사람에게나 휴식기간이지 바이러스에게는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우한의 봉쇄에도 불구하고 중국 내에서만 춘절 기간 동안 31개 지역으로 감염이 확대되었고, 7771 명이 감염되어 170명이 사망하였다. 이렇게 춘절이 끝이 나서야 WHO는 국제공중보건비상사태를 선언한다. 하지만 바로 일주일 뒤에 유럽에서 감염자가 폭증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가장 불길한 데이터들이 확인된다. 각국에서 중국을 다녀온 적이 없는 이차 감염자들이 속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신종 바이러스는 이미 벽을 넘어 전 세계로 퍼진 상태였던 것이다.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던 2020년 2월 7일, 리원량은 임신한 부인과 딸을 남겨둔 채, 한 달의 투병 끝에 33년의 짧은 생을 마감했다.

봉쇄의 효과

세계적으로 코로나19의 폭발기가 시작되었을 때, 강력한 봉쇄를 지속한 중국에서는 새로운 감염자가 한 명도 나오지 않았지만, 세계적으로는 이미 사망자만 1만 명을 넘어가고 있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고 하지만, 리원량의 경고가 나왔던 시점에 적절한 봉쇄가 이루어졌다면 팬데믹으로 진행되는 것을 막았을 가능성이 높다. 봉쇄의 효과는 이렇게 확인되었지만 이미 늦은 시점이었다.


코로나19의 침범
코로나19는 코와 입을 통해서 점막으로 침범한다. 점막을 통해서만 감염이 되는 이유는 물 때문이다. 모든 생명 활동의 무대는 물이다. 습기가 찬 벽에 곰팡이가 피는 이유도, 건조한 사막에는 생명이 존재하지 않는 이유도, NASA에서 외계 생명의 흔적을 확인하기 위해 물의 흔적을 찾아다니는 이유도 모두 물이 생명의 용매이기 때문이다. 

 

호흡기 공기 통로의 끈끈한 점액이 1차 방어선이다.

배상세포가 분비해대는 점액의 특징은 아주 끈적거린다는 것이다. 점액으로 코팅된 기관지는 계속 가지를 치면서 가늘어지기 때문에 안으로 빨려 들어가는 공기는 계속 점액과 부딪히게 되고, 공기 속의 불순물이나 인후두에서 넘어가는 세균들은 점액에 들러붙어 제거된다. 오염된 점액은 상피세포의 섬모가 빗자루처럼 쓸어서 목구멍 쪽으로 계속 쓸어낸다. 이렇게 쓸어낸 점액이 바로 가래다. 이렇게 세균에 대한 방어는 튼튼하지만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 무생물 상태의 바이러스 입자는 면역이 감지하기 어렵고, 점액 내에서 자유롭게 움직이는 점액 친화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호흡기 상피세포의 감염

점막 속에서 굴러다니던 코로나19는 호흡기 상피세포의 표면에 닿으면 자석처럼 달라붙는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도착하면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이 세포 표면의 ACE2수용체와 결합(열쇠로 자물쇠를 푸는 것)해서 세포로 침입한다.

 

감염된 세포는 바이러스의 복제공장이 된다.

코로나19는 스스로의 힘으로 증식할 수 없지만, 세포 안에 있는 'RNA를 복제하는 장치'나 'RNA의 유전 정보를 바탕으로 단백질을 만들어 내는 장치', '다양한 생체 재료 물질'을 이용해서 자기복제를 한다. 한 세포에서 1000배로 증식한 코로나19의 '자식바이러스'들은 주변 세포로 급속도로 퍼져나간다. 바이러스에 대비를 못한 세포들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고 허무하게 점령당한다. 또한, 증식된 바이러스는 다시 비말의 형태로 금방 배출되기 때문에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된다.

호흡기 감염의 막장은 폐렴이며 허파꽈리까지 들어간 바이러스나 세균은 모세혈관을 통해 전신을 순환하는 핏속으로 쉽게 침투한다. 그럼 인체는 전신감염이라는 치명적인 위기에 빠지게 된다. 코로나19의 무서운 점은 이런 치명적인 경과가 아무런 임상적 증상 없이 조용하게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계속)

 

※ 위 내용의 대부분은 울산의대 미생물학과 교수 주철현 著 '바이러스의 시간'에서 인용했고, 최근 자료와 제 생각을 약간 추가한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십시오.

 

2021.09.03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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