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동양 여행기

안나푸르나의 추억(4) 푼힐의 일출

by 우산 신동호 2021. 12. 27.

ABC 트레킹 D3 (2006.03.21)

 

 

오늘은 히말라야 일출을 보기 위해서 새벽에 산행을 시작한다. 해발 3,210미터의 산봉우리인 '푼힐'은 히말라야의 파노라마를 보기 좋은 곳이다. 새벽에 숙소를 나와서 일출을 본 후에 다시 내려와서 아침을 먹고 추일레로 향한다.

 

 

푼힐 등반은 A.B.C(안나푸르나 베이스캠프) 등반 다음으로 부담이 되는 곳이었다. 3,000미터 이상부터 고산증이 오는데, 푼힐이 3,210미터였기 때문이다. 다행히, 한두 분이 약간의 고통을 겪기는 했지만 무사히 일출 산행을 마쳤다. 짧은 거리였지만, 새벽에 고산을 오르려니 숨이 많이 찼다.

 

 

아직 해가 깨기 전이다.

 

 

 

 

새벽 5시.
여명이 다울라기리를 물들인다.

 

 

일출을 기다리는 사람들의 가슴이 뛰기 시작한다.

 

 

조금씩 불타고 있는 마차푸차레.

 

 

잠시 후에 해가 달걀처럼 '뿅' 올라왔다.
모두 탄성을 질렀고, 현지인들은 주문을 외운다.

'산'이라는 글자에 점 하나를 빼면 '신'이 되는 나라. 이곳 사람들은 산을 신으로 여긴다. 그곳에 있던 우리도 얼떨결에 산이 신처럼 다가왔다.

 

 

" TANGO ADAGIO " Gustavo Montesano [ Albinoni: Adagio ]

알비노니의 아다지오로 탱고를 추다니!~~^^

 

 

감격에 겨워, 보고 또 보고.

 

 

 

안나푸르나 남봉과 히운출리.

 

 

인증샷은 필수~~^^

 

 

 

 

고라파니로 돌아가는 길.

 

 

랄리구라스와 다울라기리가 마중을 나왔다.

 

 

 

 

 

창밖 풍경이 멋진 롯지였지만,

 

 

트레킹 중에 묵었던 롯지는 대부분 합판 한 장으로 방을 나누고 난방도 안 하기 때문에 밤에 너무 추웠다. 가져온 옷을 모두 입고 누웠지만, 여름 침낭으론 견딜 수가 없었다. 동계용 침낭에 뜨거운 물통을 넣었던 동료는 더워서 속옷만 입고 잤다고 한다. 장비의 중요성을 깨달은 날이었다. 우리나라로 돌아와서 바로 동계용 침낭을 구입했다.

 

 

 

매일 아침에 보게 되는 설산 봉우리엔,
굴뚝에서 나는 연기처럼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른다.

눈사태가 나는 걸로 알았는데,
눈이 햇볕에 녹으면서 생긴 수증기가 바람에 날리는 것이다.

 

 

 

새벽 산행을 했더니 배가 고파요..^^

 

 

롯지 마당에는 기념품 파는 아저씨가 난전을 벌이고 있다. 모른 척할 수가 없어서 팔찌를 샀다.

 

 

 

민들레.

 

 

히말라야의 정기를 받고 자라는 어린이들은 곱게 자랄 수밖에 없다.

 

 

이렇게 아름다운 나무로 자라겠지.

 

 

가벼운 마음으로 아침 햇살을 받으며 추일레를 향한다.

 

 

 

 

 

고개 마루에 쉬어갈 곳이 보인다.
오색 천(타르초)이 휘날린다. 천에는 '라마교(티벳불교)'의 경전이 적혀있다.

 

 

별다방과는 비교가 안 되는 진정한 찻집~~^^

 

 

언덕에 앵초가 많았다.

 

 

동백꽃처럼 후드득 떨어진 랄리구라스.

시들어 떨어지는 것을 거부하고, 스스로 목을 쳐서 눈물같은 꿀물을 흘리면서 떨어지는 동백꽃의 처연함을 느낀다.

 

 

처음으로 만나는 히말라야의 눈길이다.

 

 

아주 잠깐.

 

 

겨울,

 

 

다시, 봄.

 

 

 

'데우랄리(Deurali)'

이곳의 지명이었지만, 계곡을 연결하는 언덕을 의미하는 단어로, 보통명사나 고유명사로 동시에 사용되는 것 같다. M.B.C 가기 전에 묵을 곳도 '데우랄리 롯지'이다.

 

 

차와 함께 손님을 맞는다.

 

 

 

물건을 잘 팔았는지 기분이 좋은 표정이다...^^

 

 

갈게요~~^^

 

 

계곡으로 내려간다.

 

 

바위를 지나 뒤를 돌아보던 아내의 눈에 바위에 붙어있는 예쁜 꽃이 보였다, '암매(岩梅)'인가 봐~

 

꽃이 매화를 닮았고 바위에서 자란다고, '암매'또는 '돌매화나무'라고 부르는데, 저렇게 작은 것이 풀이 아니고 나무란다. 우리나라에선 한라산에서만 자라는데, 우리 것과는 꽃의 색이나 잎의 모양이 조금 달라 보인다. 이건 풀 같은 느낌이었다.

 

 

향이 진한 '서향'도 보인다. 남해안과 제주에서 자라는 '백서향'과 비슷하다.

 

 

 

 

하얀 꽃이 지고, 빨간 '딸기'가 달리면 맛있을 것 같다.

 

 

무공해 무농약의 고랭지 채소. 우리가 먹는 식재료는 저런 것을 사서 쓴다.

 

 

앞에서 걷는 친구는 '랜지'라는 이름의 가이드인데, 노래 잘 부르고, 춤 잘 추는 재주꾼이다.

 

 

 

 

 

반단티에서 점심을 먹었다.

 

 

 

 

'큰앵초'
그런데, 우리 것보다 잎이 작다.

 

 

 

 

 '타다파니'에 도착했다. 조금만 더 가면 오늘의 목적지인 추일레에 도착한다.

 

 

저런 애기 그네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 녀석은 저곳에 들어가지 못해서 심통이 났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

 

 

 

마을 꼭대기에 타르초가 날리는 제단이 보인다. 우리의 추석과 같은 '다사인' 축제 기간에, 제단에서 염소나 오리 같은 산 동물을 제물로 바친다.

 

 

타다파니를 지나 추일레로 간다.

 

 

 

스쿨펜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우리가 묵을 숙소. 마당이 넓고 전망이 좋은 곳이다.

 

 

주민들이 회의를 하고 있다. 발전소가 고장이 나서 전기가 끊겼는데, 어떻게 해결할지 의논 중이다. 우리들은 배터리 충전을 못해서 애가 탔다.

 

 

 

이동할 때 편리한 여물 주머니...^^

 

 

 

여유가 생겨서 동네 한 바퀴~~^^

 

 

 

 

포터는 힘든 짐을 풀고 다시 공놀이를 한다. 고지대에 적응한 네팔인은 뛰어난 신체조건을 앞세워 영국의 용병으로 활약한다. 특히, 구르카족은 네팔 중서부 산악지대에 사는 몽골계 소수 부족으로, 구르카 용병은 이들 부족 출신의 용병들을 말한다. 용병이 되면 영국 영주권과 네팔 평균 임금의 50배에 달하는 연봉이 지급되기 때문에 구르카 입대 시험 경쟁률은 수백 대 일에 달한다. 용병을 선발하기 위해 25kg의 돌무더기를 짊어지고 히말라야 산악지대 5km를 1시간 내에 주파해야 하는 최상 난이도의 테스트 등이 치러진다. 

 

 

구르카 용병 출신인 네팔의 산악인 '니르말 님스 프루자(38)'가 이끄는 네팔 등반대는 2019년, 지구 상에 존재하는 8,000미터 이상의 봉우리, 14좌를 6개월 6일 만에 정복했다. 이전 기록이 7년이었다니 얼마나 미친 짓을 한 건가? 촬영 장비를 갖고 기록으로 남겼으며, 네플릭스에서 볼 수 있다. 올해 1월에는 K2 동계 등정에도 성공했다. 

 

 

에베레스트 정상을 향하는 인파. 정상을 정복하기 위해 좋은 날씨가 이틀밖에 안 되는 시즌이라 저렇게 몰렸다고 한다. 정체 구간에서 4명이 사망했다. 이 사진은 님스 프루자가 정상에서 내려오면서 찍은 사진인데, 그가 SNS에 올리면서 세계적인 특종이 되었다. 인별 계정은 'nimsdai'로 '님스 형제'라는 의미이다. 히말라야 등정에서 유령일 뿐인 세르파를 위해서, 그들을 형제같이 여기고 꼭 이름을 부른다.

 

 

전기가 안 들어오니 분위기는 좋다. 자야 할 시간. 내일은 '마차푸차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게 된다...^^

 

 

15년 전의 사진에서 청춘의 흔적이 보인다...ㅎㅎㅎ

 

2006.03.21 (2021.12 보완)

(계속)

 

 

 

댓글 16

  • 최성훈

    2006.04.10 08:02

    편하게 감상만 하고가니 조금은 미안합니다 ^^
    다음편은 뭘까 궁금해집니다
     댓글
  • 푸른마음

    2006.04.10 11:04

    해발 3000m정도면 산소가 좀 부족하지 싶은데 4000m정도까지도 괜찮은 모양입니다..??
    히말라야의 일출을 비롯하여 햇살에 눈이 녹아 수증기로 변해가는 사진이 인상적입니다..
     댓글
  • 김만수

    2006.04.10 11:56

    참 정겨운 풍경 입니다. 랄리구라스 숲길, 그리고 꽃들...
    오늘 일정은 제가 했던 것과 꼭 같군요.^^ 출레에서 쉬시는 롯지도 같은 집 이구요. 마당도 아주 넓고,
    저는 이 큰 롯지를 혼자서 다 썼습니다.^^ 옥상에 올라가서 일몰도 찍고 일출도 찍고...
    트레킹 후기 잘 보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댓글
  • 뜰에봄

    2006.04.10 13:43

    아 정말 일출이 장관이네요.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숨이 콱 막히는 느낌입니다.
    벌써부터 다음편 '마차푸차레'의 아름다운 모습을 볼 기대로 마음이 설레이기 시작합니다.
     댓글
  • 안산/정귀동

    2006.04.10 15:29

    멋진 세상을 보여 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래도 참 좋아요 ^^
     댓글
  • 서울/김형소

    2006.04.10 18:27

    다음편이 자꾸 기다리게 리얼하네요~ㅎㅎ
    편하게 앉아서 보지만 마음 가고싶어 안달이 납니다 ...
    정말 오고 싶은 생각이 없었겠내요..식사도 저리 푸짐하고 맛있어 보이는데..ㅎㅎ
     댓글
  • 바다

    2006.04.10 19:14

    새로운 세상으로의 여행...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습니다. ^^*
     댓글
  • 신동호

    2006.04.10 22:58

    이렇게 여러분께 새로운 세상을 보여줄 수 있어서 행복합니다.
    김만수님과 같은 길을 갔다는 것이 영광이구요.

    정말 아름다운 곳입니다.
    그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 싶어서 이렇게 사진을 정리하고 글을 쓰고 있습니다.

    재미 없는 글을 재밌게 읽어주시는 여러분이 고맙구요.
     댓글
  • 불 태 산

    2006.04.10 22:58

    선한 미소가 아름다운 사람들..
    그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행기가...멋드러진...
    고생할만큼 멋드러진 여행이었습니다.
     댓글  수정  삭제
  • 딤아

    2006.04.10 23:00

    펜 들고 좋아하는 여자 아이 앞니 다 나고 크면 한 미모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스타일이네요. ㅎㅎ...
    초반부에는 장엄하고 웅장하고... 역시 후에는 아기자기하니 사소한 재미가 쏠쏠해요.
     댓글
  • 월류봉/友溪

    2006.04.11 11:06

    꿈속에서도 찾아가기 어려운 세계를
    편히 앉아서 잘 구경했습니다.
     댓글
  • 찬수기

    2006.04.11 11:26

    4편도 역시 잘보았습니다
    편히 앉아서 이렇게 좋은 구경만 하니 힘들여 돈들여 갔다오신 분께 미안한 생각이...
    여기 댓글다신 분들 모두 조금씩 추렴하여 신동호님 등산화 밑창값이라도 보태드려야 되겠어요 ^^
     댓글
  • 신동호

    2006.04.11 11:49

    고마워요...
    요즘 세일하는 등산화가 많아서 부담이 적을거예요.

    세일이 끝나기 전에 모금이 끝나면 좋겠습니다....ㅋㅋㅋ
     댓글
  • 풀사랑

    2006.04.11 12:19

    그 동안 또 다른 세상을 보시고 오셨군요.
    멋진 사진에 음악까지
    그리고 사이사이 꽃사진은 제일 맘에 들구요.
    꼭 영화 보는 듯 해요.
     댓글  수정  삭제
  • 꽃마리*

    2006.04.15 12:46

    산에서 점 하나를 빼면 신이 된다..
    산을 신처럼 받드는 사람들이 사는 곳.
    그 곳 사람들의 순박한 표정....참으로 가슴이 벅찹니다.
    이제 진짜 가고싶어 맘살깨나 앓을 것 같습니다.
     댓글
  • 반달(신환철)

    2006.04.19 20:51

    전기가 없는 밤도 보내셨나봅니다.
    바위매화꽃도 이쁜데요~~
     댓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