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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여행기

하얀 설날, 그리고 치악산 눈꽃

by 우산 신동호 2022. 2. 6.

 

섣달그믐

동쪽 하늘에 눈썹 같은 그믐달이 보인다.

 

 

왼쪽 위에선 '샛별'이 반짝인다.

새벽에 나가거나, 해 진 뒤에 일터에서 돌아오는 사람에게 희망을 주는 별. 

 

 

그믐달도 샛별도

해가 뜨면서 모두 사라진다.

 

 

 

설날 아침

간밤에 내린 눈으로

하얀 설날이 되었다.

 

 

가족이 모이기 전에

잠깐 눈길 산책을 나섰다.

 

 

하얀 칠판을 보니

장난기가 발동한다...^^

 

 

강아지와 주인

모두 행복한 아침이다.

 

 

 

사철나무

눈이 쌓인 열매를 보고 싶었는데,

그날이 오늘이다.

 

가족이 모였다는 아내의 전화를 받고,

서둘러 집을 향한다.

 

 

아이들과 떡국을 먹고,

세배를 받고,

선산에서 성묘를 했다.

 

 

아이들을 친정과 시댁으로 보내고,

우린 겨울산을 그렸다.

 

 

 

Clara-Jumi Kang: Beethoven, Violin Concerto in D major, Op. 61

 

 

 

치악산에 긴 눈이 내린다는 예보.

선택의 여지가 없다...^^

 

 

눈꽃과 상고대를 기대하며 집을 나섰다.

 

 

부곡마을의 송학산장에서 1박을 하고,

다음 날에 비로봉에 오른다.

 

 

고향집 같은 느낌의 송학산장은

오래전 친구들과 자주 찾았던 곳이다.

주인장을 만나니 반가웠다.

 

눈길에 새말에서 안흥으로 넘어가는 고개가 걱정됐는데, 길도 녹고 터널 두 개가 생겨서 아무 문제가 없었다.

 

 

다음날 아침.

들판엔 눈이 덮여있고,

치악 능선에 하얀 눈꽃이 보인다.

 

추운 날씨에 눈이 녹지 않았고,

구름이 산을 감싸고 있어서 상고대도 피었을 것이다.

 

 

산장을 나서는데 눈발이 날린다.

눈을 맞아본 것이 언제인지 모르겠다.

눈을 반기는 강아지가 된다.~~^^

 

 

부곡탐방지원센터.

스패츠와 아이젠을 착용했다.

 

 

 

큰무레골 코스는

비로봉에 오르는 최단 구간이다.

 

 

예전에는 통제구간이었는데,

이젠 길을 정비해서 정규 등산로가 되었다.

 

상고대는 능선에서 활짝 피고,

시간이 지나면서 햇볕과 바람에 쉽게 떨어지기 때문에, 곧은재로 올라가서 비로봉으로 가는 능선의 눈꽃과 상고대를 즐기다가 큰무레골로 내려오기로 했다.

 

 

첫 발자국을 남기며 걷는 길.

 

 

아우는 혼자의 길을 남기며,

쏜살같이 내뺀다.

 

러셀의 첫 경험에

땀범벅에 심장이 쿵쾅 돼도 즐겁기만 하다.

 

 

멧돼지가 먼저 길을 냈네...ㅎㅎ

 

 

따스한 햇살이 계곡을 비춘다.

 

 

조금 오르니 더워진다.

겉옷을 벗는다.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눈꽃 타령하던 여인,

소원 성취하면 저런 표정이 된다...^^

 

 

 

곧은재, 곧은치, 고둔치

같은 장소, 다른 이름.

 

우리나라엔 이런 지명이 많다.

그중에 으뜸은 제주도.

앞오름, 아부오름, 수도 없다...ㅎㅎ

 

 

 

 

계곡이 아름다운 곳이다.

입춘이 다가오니 물 흐르는 소리에서 봄이 느껴진다.

 

 

 

 

병꽃나무

 

 

당단풍나무

 

 

소원 성취한 여인이

빨간 열매를 찾았다.

 

화살나무 빨간 열매에

눈이 쌓여 더 아름답다.

 

 

잣나무 숲

 

 

 

곧은재에 먼저 오른 아내가 기다린다.

 

 

 

비로봉을 향한다.

 

 

눈꽃과 상고대가 환상이다.

 

 

 

구름이 걷히면서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다.

 

 

 

 

오를수록 장관이다.

 

 

 

원주시가 보인다.

 

 

 

 

 

 

 

 

예쁜 하늘에 취한다.

 

 

 

 

 

 

 

 

 

 

 

 

 

 

 

 

 

 

 

 

 

 

능선 곳곳에서 칼바람을 맞았다.

얼굴은 얼었지만,

아픔보다는 환희였다.

 

 

온몸에 서리가 내려서

자연과 일체가 되었다.

주객일체 무념무상의 신선을 보는 듯하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몸으로 걸으면서 인간은 자신의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발로 걸어가는 인간은 모든 감각기관의 모공을 활짝 열어주는 능동적 형식의 명상으로 빠져 든다.  그 명상에서 돌아올 때면 가끔 사람이 달라져서 당장의 삶을 지배하는 다급한 일에 매달리기보다는 시간을 그윽하게 즐기는 경향을 보인다. 걷는다는 것은 잠시 동안 혹은 오랫동안 자신의 몸으로 사는 것이다. 숲이나 길, 혹은 오솔길에 몸을 맡기고 걷는다고 해서 무질서한 세상이 지워주는 늘어만 가는 의무들을 면제받는 것은 아니지만 그 덕분에 숨을 가다듬고 전신의 감각들을 예리하게 갈고 호기심을 새로이 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다. 걷는다는 것은 대개 자신을 한곳에 집중하기 위하여 에돌아가는 것을 뜻한다."

 

- 걷기예찬, 다비드 르 브르통

 
 

 

 

 

 

 

 

 

 

 

헬기장에 올라서니

비로봉의 돌탑이 반겨준다.

 

 

비닐 쉼터...^^

 

 

양주 한잔에 몸이 녹는다.

힘든 만큼 행복도 커진다.

 

 

사랑으로 추위를 잊고 있지만,

오래 견디기는 힘들다.

그래도 아름답다.

아프니까 청춘이고 사랑이지...ㅎㅎㅎ

 

 

 

계곡으로 내려가는 삼거리를 지나서 비로봉에 오른다.

 

 

비로봉으로 오르는 계단에서,

제일 센 바람을 맞았다.

 

 

 

 

드디어, 정상에 오른다.

 

 

야호!! ^^

 

 

 

 

 

내려가는 길.

몸과 마음이 편해진다...^^

 

 

이건 고통이다.

햇볕이 좋지만, 솔솔 부는 바람에도 괴롭다.

겨울 산행에 비닐 텐트는 필수다.

행복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지나온 능선이 보인다.

뿌듯하다.

 

 

 

 

 

 

 

 

산장에서 짐을 정리한다.

 

 

 

주인장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강림에서 순댓국을 먹을 예정이었는데, 며느리가 아파서 당분간 문을 닫는다고 한다. 새말 IC 주변에서 다른 순댓집을 찾았는데 괜찮은 맛이었다...^^ 

 

 

집으로 향한다.

연휴 끝날이라 차가 막힐 걸로 예상했는데,

정체 구간 없이 쉽게 돌아왔다.

 

 

 

 

 

함께해준 아내와 친구들에게 감사한다.

 

2022.02.02 치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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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8]청안(淸安)
2022.02.06 09:39

겨울의 진객 상고대

우산님과 인디칸 몇분 모두 최고의 설국을 즐겼겠지요?

사진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팡 뚫립니다.

제 마음은 어느듯 강원도 높은산으로 달려가고 있는 듯한 기분입니다.

수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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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32

청안 님의 마음이 저와 같았네요.

저도 가슴이 팡 뚤렸습니다.

따뜻한 글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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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지금여기
2022.02.06 10:19

올 겨울 눈산행에 대한 목마름을 말끔히 해소한 산행이었어요.

생애최초 경험이 늘어나니 추억거리가 따라서 늘어납니다.

탁월한 선택이셨어요~^^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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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33

덕분에 즐거운 날이었어.

어디서 힘이 났는지 따라갈 수가 없었던...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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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4]그림자/서빈
2022.02.06 10:34

 부지런 하신 우산님 즐거움 주시네요.

치악산 막네 면회갈 때 갔어는데 겨울산은 처음

입니다.  

설화 상고댸 햇살 받아 영롱하게 빛나고 

그 길 따라 걷는 기분 상상해 봅니다. 

쉽지않은 찬란한 풍경 입니다.

우산님 고맙습니다.

우산님백양사 정기모임때 뵈었는데 벌써 며느리 사위

 세월 잘 가네요ᆢ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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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36

막내가 원주에서 근무했군요.

며느리 사위 보고 이젠 지하철도 무료입니다.

산꾼인 그림자 님께,

치악산 상고대 첫 경험을 드려서 영광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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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흰소리
2022.02.06 11:11

줄거운 설날 산행 

함께한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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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37

나도 감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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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6]시연
2022.02.06 12:31

맛있고 푸짐한 설날음식으로 설날저녁을 

즐겁게 마무리를 하고 다음날 이른 아침 떡국으로 든든한 산행준비~ㅎㅎ

 

간간하게 들리던 닭우는 소리와 처맛끝에 영근 고드름이 

잠시 고향집을 그립게 했지요.

 

겨울 치악산은 처음인데 제대로 환영을 받았고

그 즐거움의 여운으로 한동안 삶의 피곤을 잊지 않겠는지요

 

우산 님을 비롯해 늘 행복한 걷기를 함께 나누는

산친구님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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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38

혼자선 엄두가 나지않던 산행도,

동료가 있어서 가능할 때가 많았습니다.

노약자 동행해줘서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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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라노
2022.02.06 14:48

매일 먼 발치로 눈쌓인 치악을 바라보는데

우리동네의 겨울 명산을 다녀가셨군요.

멋진 눈 산행과 치악의 겨울 잘봤습니다.

설날 연휴를 제대로 보내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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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41

차악산에 가면서,

원주의 라노님 생각 많이 했습니다.

부르면 나오실까?

괜히 심란하게 만드는 건 아닐까?

추억이 많았던 치악산인데,

이번에 추억 한장 추가했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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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7]푸른마음
2022.02.06 20:15

저기 거리두기 6인을 어기고 산행을 했군요..^^

치악산 비로봉이 너무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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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5]우산
2022.02.06 20:41

한 분은 산행 중에 우연히 만났어요...ㅎ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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