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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쓰기

헤어질 결심, 안개 속에서

by 우산 신동호 2022. 8. 18.

 

2022.08.20 선자령

 

 

 

2022.08.13 화악산

 

 

2006.09.03 애기앉은부채

 

 

2002.08.17

점봉산에 오르던 중에 처음 만났다.

기뢰 같은 꽃을 둘러싼 불염포는 낙엽과 같은 보호색으로, 눈앞에 두고도 지나칠 뻔했다.

꽃이 지면 뿌리만 남았다가 이듬해 봄에 잎이 나와서, 상사화와 같이 꽃과 잎이 만나지 못하는 운명이다.

 

 

오랜만에 애기앉은부채를 찾아서 선자령에 올랐다.

 

 

구름 속을 걸으면서 한기를 느꼈다.

 

 

안개 속에서
-헤르만 헤세-

 

안개 속의 헤메임은 참으로 이상하다.
숲과 돌은 모두 외롭고 
수목들도 서로가 보이지 않는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나의 인생이 아직도 밝던 때엔,
세상은 친구로 가득하였다. 
그러나 지금 안개가 내리니 
누구 한 사람 보이지 않는다.

모든 것에서, 어쩔 수 없이 
인간을 가만히 떼어 놓는
어둠을 전혀 모르는 사람은
정말, 현명하다 할 수가 없다.

안개 속의 헤매임은 참으로 이상하다. 
살아 있다는 것은 고독하는 것. 
사람들은 서로를 알지 못한다. 
모두가 다 혼자이다.

 

 

소리가 들려 쳐다봤고,
쳐다보니 풍력발전기의 날개가 환영처럼 보였다.

 

 

 

 

안개

 

박찬욱 감독의 영화에는 흘러간 명곡이 자주 등장한다. '헤어진 결심'에서 흘러나온 안개는 1967년 정훈희가 영화 '안개'의 주제곡으로 처음 불렀다.

 

 

안개 속에서

아내가 귀요미를 찾았다.

드디어~~^^

 

 

길가에서 밟힐 것만 같았던 녀석도 보였다.

 

 

2주 연속 안개 속에서 산행을 하면서,

'헤어질 결심'이 생각났다.

산행 내내...

 
 

산에서 시작한 영화가 바다에서 끝난다.

처음엔 복잡하고 지루해서,
문득문득 '그만 볼 결심'이 스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대사에 빠져들었다.

 

 

 
 
 
 
영화 속의 대사가 아직도 귓전을 울린다.
 

"독한 것"
"당신을 만날 방법이 이것 밖에 없는데, 어떡해요?"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했다고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죽은 남편이 산 노인 돌보는 일을 방해할 순 없습니다."
"슬픔이 파도처럼 밀려 오는 사람이 있고, 물에 잉크가 퍼지듯이 서서히 물드는 사람도 있는 거야."
"그 친철한 형사의 심장을 가져다 주세요."
(그 심장은 '사랑'의 오역)
"나는요... 완전히 붕괴됐어요.​"
"내 잠을 빼주고 싶네요. 건전지처럼..."
"나는 당신의 미결사건이 되고 싶어요."
"제가 언제 사랑한다고 했죠?"
"나 봤을 때  억지로 눈감아도 내가 보였죠. 그리고 시장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다시 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죠?"
"내가 그렇게 만만합니까?"
"우리 일을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됐어요."
 
 

뒤로 갈수록 흥미진진해졌고,

끝까지 보게 됐다.

마침내~~^^
 

 

탕웨이의 서툰 우리말이 매력적이었다.

오히려~~^^
 
 
그녀의 '마.침.내' 한마디로 
부사의 전성시대가 되었단다.
정말로~~^^
 
 

 
엔딩 크레딧을 끝까지 본 것이 언제인지?
72세 정훈희와 76세 송창식의 노래 때문에 끝까지 봤다.
두 분이 친한 것은 알았지만
저렇게 어울릴 줄은 몰랐다.
미처~~^^

 

함춘호의 기타가 노장의 늘어짐을 살렸다.

 

 

내 머리론 영화 전체를 파악하기가 힘들었는데, 아래 칼럼을 읽고 이해가 됐다.
대충~~^^

칼럼 마지막에서 소개하는 시를 읽으면,
박찬욱이 이 시를 읽고 영감을 얻어 탕웨이 마지막 장면을 만든 것이 아닌가 생각될 정도이다.

이성복의 시 ‘남해금산’

‘한 여자 돌 속에 묻혀 있었네/그 여자 사랑에 나도 돌 속에 들어갔네/어느 여름 비 많이 오고/그 여자 울면서 돌 속에서 떠나갔네/떠나가는 그 여자 해와 달이 끌어주었네/남해 금산 푸른 하늘가에 나 혼자 있네/남해 금산 푸른 바닷물 속에 나 혼자 잠기네’.

 

https://biz.chosun.com/opinion/desk_column/2022/06/24/S7BVXJGE3VHEZG46A67KTNNWG4/

 

[전문기자 칼럼] ‘헤어질 결심’ 박찬욱 속 탕웨이... 이토록 정확한 이질감이라니!

전문기자 칼럼 헤어질 결심 박찬욱 속 탕웨이... 이토록 정확한 이질감이라니

biz.chosun.com

 

글을 쓰고나서 '다시 볼 결심'을 했다...^^

 

202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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