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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쓰기

기생꽃을 찾아서

by 우산 신동호 2019. 5. 12.

2007.06.16 설악산 서북능선

기생꽃을 처음 만난 곳은 장백산.
(중국 땅에서 오른 것이라 백두산이라 부르지 못한다).

(2004.07.04 장백산)

가냘픈 꽃대에 엄지 손톱 크기의 흰꽃이 핀 요염한 자태는
기생이라 불리기에 충분한 미모였다.


인연-이선희




(2006.06.10 태백산)

우리나라에서 피는 것을 찾던 중에 T산에서 자란다는 정보를 얻었다.
그래서 찾은 기생꽃은 백두산에서 자라는 것보다 더 정이 갔다.

백두산은 아직 갈 수 없는 곳이라,
중국 영토인 장백산의 기생꽃 밖에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제일 높은 곳에서 피는 놈을 만나기위해 긴 산행을 나섰다.
아침 햇살을 받는 얼굴을 보기 위해서 새벽 등반을 한 덕분에 일출도 보게됐다.




아침을 여는 빛은 언제봐도 아름답다.




'세잎종덩굴'도 아침 인사를 한다.




산에 오르면 산만 보인다.




방금 세수를 끝낸 '흰인가목'
눈이 부시다.




" 아직 멀었어.."
사진이 만족스럽지 못한 표정이다.




드디어...

정상을 조금 지나서 새벽잠을 깬 기생꽃을 만났다.




서정주님의 시 한구절이 생각나는 장면이다.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선,'




내 어린 누이 같이 생긴 꽃이여..




얼마전 신문에서 소설 '리진'을 소개한 글을 보며 기생꽃이 생각났다.

"왕궁 옆 반촌에 살던 고아 소녀는 대비에게 기쁨을 주기 위해 다섯살 때 입궁한다.
그리고 길을 잃고 헤매던 그녀를 데려가 배를 긁어먹여주던 왕비 명성황후를 만난다.

역시 고아 소년인 강연과 더불어 아름다운 처녀로 성장한 리진은 궁중무희가 되고,
때마침 조선에 부임한 콜랭 드 플랑시를 만난다.

그에게 반한 콜랭은 왕의 여자인 궁녀를 달라고 하고,
딸처럼 느끼던 리진에게 왕의 관심이 쏠리는 걸 안 황후는 그들의 결혼을 허락한다.

파리에서 서양 언어는 곧 그녀에게 친근한 것이 되었고…
리진이 눈을 감은 채 말을 하기 시작하면 사람들은 그녀의 열정에 이끌려
그녀가 구사하는 독특한 리듬의 언어를 황홀한 표정으로 경청했다….

그러나, 점차 향수에 시달리던 리진은 콜랭과 함께 조선에 돌아오는데 김옥균을 처단해
왕의 신임을 산 홍종우가 궁녀는 다른 사람과 맺어질 수 없음을 강변하는 상소를 올려
리진을 조선에 남게 한다.

명성황후 시해사건을 목격한 리진은 사건의 진상을 적은 편지를 콜랭에게 보내지만 묵살되고
자신이 어릴 때부터 지녔던 불한사전에 독약을 묻혀 한장 한장 먹으면서 자결하고 만다."




쉽게 만날 수 없어,
더 보고 싶은 여인.

오래 머물고 싶었지만 갈길이 멀다.

내년에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빌었다.

잘있어...




북한산에서 흔히 봤던 '붉은병꽃나무'는,
이곳에서 제자리를 찾은 듯 하다.




'설악아구장나무'가 한창이었다.




설악산을 손톱으로 벅벅 긁어논 수해
그러나, 수해가 아닌 인재일지도 모른다.

설악산 곳곳에 터널과 도로가 나면서 생긴 일이기 때문이다.




'범꼬리'는 이제 시작이고,




'바람꽃'은 대부분 이런 상태였지만,
가끔 성질 급한 놈이 몇 있었다.




산솜다리인지, 솜다리인지 알게뭐냐.
예쁘면 그만이지...^^

우리 설악산 수학여행가면 너도나도 사들고왔던 액자 속의 에델바이스가 이것이다.
이제는 멸종위기식물이 되었다.


긴 산행과 더운 날씨로 지치기는 했지만,
기생꽃과의 데이트로 행복했던 하루였다.

2007.06.16 설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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