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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쓰기

우산, 아호변 (20060627)

by 우산 신동호 2019. 4. 1.
오늘 아침 서울에는 안개비가 떠다녔습니다.
우산을 쓰고 뒷산에 오르니 풀냄새가 진동을 했어요.

비오는 날이면 밖으로 나가고 싶은 것은,
비온 날에 대한 추억이 많기 때문인가봐요.

제 고향 마포는 한강과 붙어있어서,
여름 홍수에 뚝이 넘치면 찻길이 강이 되어 튜브를 타고 다니는 사람도 있었죠.
집에 물이 차서 친척 집이나 학교 강당으로 대피해야하는 괴로운 분도 많았지만,
우리 집은 조금 높은 곳이 었기 때문에 그 모든 것이 구경거리였어요.

장마 비가 한풀 꺾일 때 쯤이면,
동네 사람들은 뚝방에 나가 한강의 거센 물결을 보며,
초가지붕이나 돼지가 떠내려가는 것을 구경했어요.
그 와중에 배를 타고 나가서 돈이 될만한 것을 건져오는 사람도 있었구요.

비를 맞으며 뛰어놀면 엄마에게는 야단을 맞았지만, 우리는 즐거웠지요.
불장난이나 물장난 만큼 재미난 것이 없잖아요.
뛰어노느라 정신 팔려서 아무리 비를 맞아도 추운 줄도 몰랐어요.

그러니, 소나기의 여주인공이 비를 맞은 후에 폐렴에 걸려 죽었다는 것을 이해 할 수 없었죠.
그야말로 황순원씨가 소설을 쓰고있구나 생각했어요.

비 맞으면 춥다는 것을 느낀 것은, 나이 들어서 기가  빠진 후 였습니다.

그리고, 비온 후에는 땅바닥에서 철조망 가시 같은 쇠붙이가 많이 나와서 우릴 기쁘게 했죠.
그걸 주워서 강냉이나 엿을 바꿔먹었거든요.

조금 커서 한 소녀를 사귄 후부터는 비를 더 좋아하게됐어요.
우산을 함께 쓰고 걸으면 몸이 붙을 수 밖에 없잖아요.
어른들의 시선을 피하기도 좋았구요.
그리고 하얀 교복이 비에 살짝 젖으면 그야말로 정신 못차리게 되지요.

그래서 허구한 날을 비 언제오나 기우제를 하면서 지냈습니다.


이래서 비를 좋아했고,
다음으로 산을 좋아하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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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카에서 활동하면서 이름 석자 쓰는 것이 불편없었습니다.
그런데, 쉰밥을 먹고 난 후 부터는 고민이 생겼어요.

친한 분이야 형님, 아우, 옵빠, 이놈아 등으로 부르지만,
소 닭 보듯이 지내는 회원은 이름을 부르기가 마땅치 않을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선배님들이 아호를 쓰는 이유를 이제야 실감하게 된거죠.

그래서 어떤 이름을 쓸까 고민하다가,
PC통신을 하면서 계속 사용해온 id인 'mtrain(▲∵)'을 쓰기로 했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산과 비'라는 뜻으로 사용한 것인데, 한글로 쓰기가 마땅치 않았어요.

산비, 비산, 산우...
결국 '우산'이 제일 마음에 들었어요.
'비와 산', 혹은 비올 때 쓰는 '우산'
아무거나 상관없어요..

인디카의 우산이 되기로 마음 먹었으니,
비오는 날에는 제 밑으로 모여주세요.

우산이 좁으니까 남회원들은 그냥 비맞고 계시구요,
여회원들만 모이시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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