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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정리(4) 진단(PCR), 방역, 백신의 종류, 치료

by 우산 신동호 2021. 9. 5.

예방 1온스는 치료 1파운드의 가치가 있다.-벤저민 프랭클린

바이러스의 껍질은 물이 없으면 망가진다.

바이러스는 비말 속에 있을 때에만 감염력이 유지된다. 감염을 일으키려면, 감염자의 비말에 바이러스 농도가 충분해야 하고, 일정한 거리 이내에서 비말을 내뿜어야 하고, 접촉 시간도 충분해야 한다. 이런 조건들이 모두 만족되지 않으면 전파의 가능성은 급격하게 떨어진다. 무증상 상태에서도 바이러스의 농도가 높은 비말을 만들어내는 코로나19의 경우는 무증상 감염자와의 일상적인 대화에서 이 조건들이 만족된다.

 

감염자가 소리를 내면 비말이 나오기 시작한다.

목소리가 커지거나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를 지르는 경우는 비말이 더 많이 배출된다. 이런 경우는 기침이나 재채기에 비해 비말의 양은 적지만, 방심하고 있던 주변 사람들은 더 오랜 시간 동안 바이러스에 오염된 비말에 노출된다.

 

바이러스가 몇 개 들어왔다고 감염이 되지는 않는다.

비말에 숨어 들어와서 숙주세포를 감염시키기 위해서는 일정한 수 이상의 바이러스가 필요하다. 단 하나의 바이러스도 접촉하지 않겠다는 것보다는, 바이러스의 수를 가능한 한 줄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강약의 변화가 있는 것이 계속 강하게 밀어붙이는 것보다 방역 성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 물체의 표면에 떨어진 바이러스는 마르면 망가지고, 손에 묻은 바이러스는 비누로 씻기만 해도 녹아버린다. 개인 방역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입과 코를 주의하고, 내 입과 코는 보호하는 것이다.

 

자영업자의 아픔을 알면서도 방역을 낮출 수가 없다.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면서 음식을 먹는 것이 가장 위험하기 때문이다.

마주 보고 이야기를 하면 음식에 상대방의 비말이 계속 떨어진다. 물기가 있는 음식에 떨어진 바이러스의 감염력은 오래 유지되며, 말을 많이 하는 만큼 바이러스의 개수도 늘어난다. 친구들이 모여서 술을 마시는 경우는 더 위험이 높다. 시끄러운 곳에서는 더 크게 목소리를 내게 되고 더 많은 비말이 배출되기 때문이다.

 

대중교통에서 감염이 적은 이유는 말을 안 하기 때문이다.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고, 기내 공기는 환기를 위해 소독을 하고 천장에서 아래로 쏘기 때문에 비말 감염이 어렵다.

 

바이러스가 들어왔어도 밖으로 퍼낼 기회는 남아 있다.

식사 후 양치나 가글을 해서 구강 내 바이러스의 양을 줄이는 것이다. 지나친 양치질이나 가글은 입안에 상처를 내거나 점막을 묽게 만들어 선천면역 기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손을 통해 코와 입으로 들어간다.

감염자의 몸에서 나와 공기 중에 떠다니던 비말은 식탁, 책상, 손잡이 등에 떨어지고, 비말 속의 바이러스는 마르기 전까지는 감염력이 유지된다. 비말은 최장 8시간까지 바이러스의 감염력이 유지된다.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한 시간 동안 스무 번 정도 얼굴을 만진다. 이런 습관은 땅에 떨어진 바이러스를 주워서 얼굴에 문지르는 격이다. 자신의 얼굴을 만지지 말아야 한다. 

 

손씻기-흐르는 물에 손을 씻는 것만으로도 효과가 있다.
보통 손을 씻을 때는 비누를 사용해 30초 이상 씻는 것을 권장하는데, 이는 생각보다 긴 시간이다. 이 기준은 세균을 제거하기 위해 요구되는 시간이다. 바이러스의 경우는 증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손에 묻은 비누를 헹궈 낼 정도로만 씻어도 효과를 볼 수 있다. 비누는 계면활성제로 바이러스의 껍질을 파괴한다. 화장실에서 때로 얼룩진 비누도 오염된 손보다는 깨끗하다. 

 

씻지 못하는 경우에는 손 세정제를 이용한다.

손 소독제의 주성분은 알코올인데,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에 변성을 일으켜 감염력을 없애는 효과가 있다. 손 소독제의 정확한 사용법은 손을 잘 비벼주고 나서 완전히 말리는 것이다. 그래야 바이러스의 표면단백질이 충분히 말라비틀어지게 된다.

 

집에서의 방역
만약 가족 중에 인후통, 콧물, 기침, 오한, 특히 발열 증상이 나타나면 집에서도 자가격리를 하는 것이 안전하다. 증상이 있는 가족은 방 하나로 생활공간을 제한하고 식사는 별도로 하는 것이 좋다. 수건도 따로 사용하고, 집 안이라도 가능한 한 마스크를 하고, 기침이나 재채기는 반드시 소매로 가려야 한다.

 

마스크는 최고의 바이러스 방패다.

코로나바이러스는 덴탈마스크도 뚫기 어렵다. 감염자가 착용하면 다른 사람에게 전파하는 것을 막고, 정상인이 착용했을 때 감염을 막아주는 효과가 있다. 마스크가 걸러내는 입자의 크기에 비해 바이러스 입자의 크기가 훨씬 작아서 효과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마스크의 보호 효과는 바이러스 입자의 크기가 아니라 오염된 비말의 크기가 중요하다.

 

전파에서 중요한 개념이 비말과 에어로졸이다.

감염자의 호흡기에서 배출된 점액 방울의 크기가 5 마이크로미터보다 크면 비말이고, 작으면 에어로졸로 나눈다. 크기가 큰 비말은 배출이 되면 중력에 의해 바닥으로 금방 떨어진다. 하지만 가벼운 에어로졸은 공기 중에 오래 떠 있을 수 있어 더 멀리 퍼진다. 비말 감염은 가까운 거리에서의 대화나 기침으로 배출된 오염된 비말에 직접 감염되는 경우를 말한다. 비말의 부피가 큰 만큼 포함된 바이러스도 많기 때문에 감염이 쉽게 일어난다. 이런 경우 마스크는 비말을 막는 방패로 작용을 한다. 가벼운 에어로졸이 배출되면 땅에 떨어지지 않고 공기 속을 부유한다. 에어로졸은 일반 마스크로 막기가 어렵지만, 코로나19 감염의 대부분은 비말 감염이라는 것이 이미 증명되었다. 환기가 되지 않는 밀폐된 공간에서 감염자가 고농도 에어로졸을 뿜어내는 특별한 조건이 아니면 에어로졸 감염은 일어나지 않는다.

 

마스크의 효과는 바이러스의 변이에 의해서도 깨질 수 없다.

마스크의 전파 차단과 감염 보호의 효과는 앞으로 어떤 신종 호흡기바이러스에 의한 팬데믹이 일어나더라도 변하지 않는다. 특히 어렵게 확보한 백신을 순차적으로 접종할 때 마스크 착용의 일상화는 백신에 대한 저항성 변이의 발생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백신을 맞았다고 마스크를 벗고 돌아다니면 오히려 백신에 대한 코로나19의 변이 진화의 무대가 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백신 접종이 시작되면 마스크의 중요성은 오히려 더 커진다는 것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방역의 부작용

선천면역의 염증과 마찬가지로 방역의 봉쇄나 사회적 거리두기도 범위와 기간이 늘어날수록 부작용이 커진다. 기계적으로 협력하는 세포와 달리 인간에 대한 통제는 반발이라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이것은 방역에 틈을 만들어 바이러스가 빠져나가게 만든다. 그렇게 되면 다시 통제가 강화되고 반발은 더 강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방역의 목표는 집단면역의 확보다.

인체에서 감염이나 백신을 통해서 코로나19에 대한 기억세포가 만들어지는 것을 면역을 획득했다고 표현하는데, 집단에서 면역을 획득한 사람의 비율을 집단면역이라 한다. 면역을 가진 사람은 집단 내부에서 바이러스 전파를 차단하는 방화벽의 역할을 하게 된다. 집단면역이 60퍼센트(최근 변이 바이러스의 증가로 90%로 올려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대에 가까워지면 바이러스의 재생산지수가 1 이하로 떨어지면서 전파의 쇠퇴기로 접어든다.

 

집단효과는 큰 대가를 치러야 한다.

감염자가 회복하면 면역도 획득되기 때문에, 집단면역은 감염자의 증가와 비례한다. 따라서 방역이 없어도 신종 바이러스의 전파는 '언젠가는' 멈추게 된다. 이것을 집단효과라고 한다.
여기서 잘못 생각해서 집단효과를 빠르게 보려면 방역을 하지 않는 게 더 좋다는 결론이 나올 수 있다. 이것은 자연경과 전략이며, 자연경과 전략에서 고려하지 못한 요소는 전파의 속도다. 신종 바이러스의 방역에서는 집단면역의 증가 속도와 치사율이 비례한다. 감염자가 급증하면 의료 인프라가 붕괴되고 치사율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만약 우리나라에서 자연경과 전략을 취했다면 250만 명 정도가 사망해야 집단효과가 나타났을 것이다. 코로나19 초창기에 집단효과의 길을 걷던 스웨덴은 사망자의 폭증으로 집단효과를 포기했다. 방역의 정확한 목표는 '의료 붕괴가 일어나지 않도록 전파 속도를 적절히 통제하면서 집단효과가 나타나는' 집단면역을 확보하는 것이다.

 

진단-추적-격리 전략의 장점은 봉쇄보다 사회적 부작용이 적다.
봉쇄는 부작용을 감수하고 바이러스의 전파를 억제하는 선천면역과 비슷하고, 진단-추적-격리는 항체를 이용해 바이러스를 정교하게 제거하는 적응면역과 비슷하다. 

 

감염의 진단법과 해석

방역은 이상 징후를 감지하면서 시작되고, 진단을 통해 감염된 사람을 찾아내면서 격리 추적을 시행하고 감염자를 치료하면서 본격적으로 전개된다. 바이러스 감염자를 정확하게 진단할 수 있는 검사법의 활용은 성공적인 방역의 필수 요건이다.

 

1. 세포배양 검사

바이러스의 감염 능력과 증식 현상을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다. 바이러스 증식은 세포파괴현상이 일어나 세포가 죽어 구멍이 생기거나, 세포병리현상으로 세포의 형태가 변화되는 것을 광학현미경으로 확인한다. 바이러스 입자의 감염력을 확인하기 위한 유일한 검사이다.


2. 항원 검사

항체의 특이성을 이용하는 검사 기법이다. 형광항체를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에 뿌려주고 형광현미경으로 관찰하면 스파이크 단백질에 결합한 형광항체가 밝게 빛이 난다. 임신 시에 분비되는 호르몬에 대한 항체를 이용해 만드는 임신 테스트 키트와 비슷하다. 


3. 항체 검사

바이러스의 항원을 사용해 사람의 혈액 속에 항체가 있는지를 확인한다. 따라서 항체 검사는 바이러스의 진단 검사가 아니라 검사 대상자의 면역 상태를 확인하는 검사다. 항체검사는 양성이면 면역이 되었다고 해석할 수 있지만, 면역 반응의 극히 일부 결과만 확인하기 때문에,  음성이 나왔다고 해서 면역이 없다고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4. PCR 검사

바이러스 유전자를 직접 확인하는 방법이다. '중합효소연쇄반응(Polymerase Chain Reaction)'의 약자인 PCR은 세포에서 일어나는 유전자 복제를 시험관에서 재현하는 것이다. 이 검사의 목표는 유전자의 확인이지 바이러스 입자의 감염력을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따라서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이라고 해서 감염력이 있는 바이러스가 존재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감염세포 내에 있던 바이러스의 유전자들이나 면역에 의해 파괴된 바이러스의 부산물들이 PCR에 의해 검출될 수 있다. 그 결과 바이러스가 완치되었음에도 오랜 기간 양성과 음성을 오가는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코의 점막에서 굴러다니는 바이러스 입자를 찾아내는 팬데믹의 표준검사로서 PCR의 엄청난 민감도는 큰 장점이 된다. 

 

치사율은 의료 자원과 감염자 발생 속도에 의해 결정된다.

중증 감염자의 발생이 의료 인프라의 한계를 넘게 되면 치사율은 급격히 높아진다. 
면역은 격리가 불가능한 감염세포를 죽여서 숙주 재생산을 차단한다. 하지만 방역에서는 감염된 개인이 회복될 때까지 최선을 다해 치료를 한다. 치료라는 행위는 인간을 다른 동물과 구분하는 문명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다. 감염자 치료는 적응면역이 코로나19에 대한 항체와 살해세포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을 벌어준다.

 

적응면역이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시작하면 환자는 회복이 가능하다.

의료의 목적은 적응면역이 완료될 때까지 죽음의 경계를 넘어가지 않도록 심폐기능을 유지해주는 것이다. 감염의 치료는 환자의 면역이 하는 것이고 의료는 환자의 면역을 돕는 것이다. 감염자를 치료할 수 없는 방역은 의미가 없고, 치사율은 의료가 결정한다.

 

감염의 중증 분기점은 폐렴이다.

코로나19의 치료 기준은 여기에 맞춰져 있다. 코로나19처럼 선천면역을 억제하는 바이러스는 특별한 자각 증상 없이도 폐렴을 유발할 수 있다. 심지어는 혈액 내의 산소 농도가 심각하게 떨어졌는데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하고 침대에 누워 핸드폰을 만지는 '행복한 저산소증 신드롬'도 보고되었다. 하지만 이 환자들은 언제라도 급격한 호흡곤란이 발생할 수 있다. 또한 이 단계부터는 대량의 바이러스 비말이 배출되기 때문에 철저한 격리가 필요하다. 폐의 반 이상에서 폐렴이 발생되고 1분당 호흡 횟수가 30회 이상이면 호흡곤란이 발생한다. 만약 환자의 적혈구 내 산소포화도가 94퍼센트 아래로 떨어지면 '산소마스크'를 사용하기 시작한다. 심폐 기능이 떨어지면 저혈압 쇼크, 미세 혈전,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이어져서 언제라도 사망할 수 있다. 이 상황까지 가더라도 적응면역을 획득한다면 극적으로 회복이 가능하다. 폐의 운동기능이 떨어지면 기도 속으로 직접 관을 삽입해서 '인공호흡기'로 강제 호흡을 유지한다. 만약 심장의 기능까지 떨어지면 폐와 심장의 기능을 완전히 대신하는 '체외순환기계(ECMO)'를 사용해 인공적으로 혈액에 산소를 공급해서 순환시킨다.

항바이러스제

항생제는 인체 세포에는 없는 구조인 세균의 세포벽 합성을 방해하여 세균을 죽인다. 항생제가 사용되기 전 인류의 압도적인 사망 원인은 세균 감염이었다. 페니실린은 인류의 평균수명을 32년 연장시킨 기적의 약이었다. 그러나,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가 무생물이라 죽인다는 개념이 없고, 감염세포의 내부에서 일어나는 바이러스의 증식 활동을 차단한다. B형 간염 치료제인 바라크루드는 DNA 합성을 방해하고, 인플루엔자 치료제인 타미플루는 자식 바이러스가 세포 밖으로 방출되는 것을 막아서 증식을 억제한다.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한 기대는 크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를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니고, 세포의 정상적인 활동에 제약을 가하는 것이라 우리 몸에 독이 될 수도 있다. 따라서 신약 개발은 항암제만큼이나 어렵고, 안정성과 효과를 입증하는데 백신보다 훨씬 긴 시간이 필요하다. 개발에 성공해도 코로나19가 돌연변이를 일으키거나 팬데믹이 종료되면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제약회사 입장에서는 신약개발에 뛰어들기가 어렵다. 그래도, 코로나19의 종식을 위해서는 꼭 필요한 것이라서 포기할 수는 없다.

 

약물 재창출

이렇게 신약 개발이 어렵기 때문에 임상시험을 마친 기존의 약물이 코로나19에 통하는지 한번 시도해보는 경우가 있다. 이를 '약물 재창출'이라고 한다. 렘데시비르, 아비간, 클로로퀴닌 같은 약물들이 바로 이것이다. 렘데시비르와 아비간은 원래 에볼라바이러스의 치료제로 개발되었다. 에볼라도 코로나와 같은 RNA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 치료제들이 코로나의 중합효소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에 근거를 두고 시도하였다. 클로로퀴닌은 세포 내 기생충인 말라리아를 치료하는 약인데, 바이러스의 세포 내 증식도 억제할 가능성이 있다는 가설로 시험을 수행한 것이다. 결론은 만족할 효과를 내지 못하고 사라졌다.

항체치료제

감염되었다가 회복한 사람의 피를 뽑아서 처리를 하면 항체가 농축이 된 혈장을 얻을 수 있다. 이 혈장을 바이러스 감염이 진행되고 있는 환자에게 주면 혈장의 항체가 바이러스 입자를 중화시켜 감염이 전파되는 것을 억제한다. 이것이 '혈장치료제'이고, 항체 공급 문제를 분자생물학 기술로 해결한 것이 '항체치료제'다. 항체치료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항체가 아니라 형질세포의 정보를 얻는다. 이 형질세포에는 코로나19에 대한 항체의 재조합 유전자가 들어있다. 이 유전 정보를 알아내면 분자생물학 기술로 항체를 인공적으로 만들어낼 수가 있다.
항체치료제의 단점은 첫 번째로 코로나19 항원의 변이로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있으며, 두 번째로 바이러스가 생성되는 감염세포를 제거하는 데에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인체의 면역은 항체가 바이러스 입자를 중화하고 세포독성 T세포가 감염된 세포를 제거한다. 하지만 항체치료제는 세포면역 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

백신은 가장 현실적이고 강력한 무기다.

면역을 획득한 사람은 코로나19와 다시 접촉해도 빠르게 바이러스를 제거하기 때문에 숙주 재생산의 막다른 골목이 된다. 집단의 측면에서 보면 전파를 차단하는 방화벽 역할을 하는 것이다.

 

백신은 전파를 막지는 못하지만,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차단한다.

백신은 대부분 근육주사로 접종한다. 접종 후에는 혈액 내에 G형 항체가 만들어지며 기억세포도 혈액 내에 머무른다. G형 항체(중화항체)는 코로나19의 스파이크 단백질과 결합해서 상피세포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다. 시간이 지나면서 항체가는 떨어지지만 기억세포가 있기 때문에, 감염이 되면 바로 항체가 새로 만들어진다. 하지만 코로나19의 감염은 호흡기의 점막에서 시작되는데, 혈액 내에 있는 G형 항체는 점막에 미치지 못하고, 바이러스가 상피세포로 침범해서 증식할 때 작동을 시작한다. 따라서 감염 초기부터 점막에서 고농도로 증식하는 특성을 가진 코로나19의 전파 차단은 어렵다. 하지만 감염이 일어나면 면역의 기억세포가 바이러스를 초기에 진압하고, 중증으로 진행하는 것을 차단한다. 다행히 돌파감염자를 대상으로 한 최근 연구에서는, 돌파감염 후에 활성화된 기억세포가 상기도 점막에 붙어서 A항체(IgA)를 분비해 바이러스의 양을 줄였다고 한다. 즉, 현재 사용되는 백신이 점막과 전신 모두에서 바이러스를 방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점막 단계에서 바이러스를 차단하기 위해서 코에 뿌리는 '점막백신'도 개발 중이다. 점막백신이 성공하면 전신백신과 교차접종도 예상된다.

 

백신의 종류와 작동원리

 

1. 생백신(코다제닉스)
숙주 세포에서 증식 능력을 가지고 있는 바이러스를, 약독화라는 과정으로 감염력을 줄여서 백신으로 사용한다. 장점은 바이러스가 실제로 증식하기 때문에 자연 감염 경과와 동일하게 면역 자극을 확실하게 줄 수 있다는 점이고, 단점은 면역이 약한 사람의 경우 오히려 심각한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이다.

2. 사백신(시노백)
바이러스의 유전자를 완전히 파괴해 증식 능력을 완전히 없애버린 바이러스의 껍데기를 백신으로 사용한다. 장점은 증식이 되지 않기에 안전하고, 단점은 면역 자극이 약해 반복 접종을 통해 면역 자극을 강화boosting 해야 한다는 것이다.

3. 분자 백신

1) 단백질 백신(노바벡스)

설계된 단백질을 실험실에서 미리 만들어서 정제한 후에 주사하는 방식이다. 사백신과 가장 유사하다.

 

2) 유전자 전달 백신

2-1) DNA 백신(제넥신)

DNA 유전자를 미세한 전기충격기로 세포에 바로 주입하거나, 세포막 유사 물질과 결합시켜 주입한다. 세포로 들어간 DNA는 핵 내부로 들어가고, mRNA가 만들어지고, 설계된 백신 단백질이 만들어진다. 장점은 안정성이 뛰어나 백신의 보관과 유통이 용이하다는 것이고, 단점은 발현되기 위해 위와 같은 복잡한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백신의 발현 효율이 떨어진다.
2-2) RNA 백신(화이자, 모더나)

코로나19의 유전정보가 담긴 mRNA를 만들어 인체에 주입한다. 주입된 mRNA는 몸에서 스파이크 단백질을 만들고, 이를 인식한 면역계가 면역반응을 일으키면서 항체를 만든다. 

RNA가 불안정한 물질이라서 보관과 유통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지만, 개발과 생산에 요구되는 시간이 짧고, 코로나19의 항원 변이가 일어나도 빠르게 대응할 수 있는 중요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2-3) 재조합 바이러스(아스트라제네카)

바이러스 항원 유전자를 운반체(벡터)에 넣고 인체에 투여하는 방식(바이러스 벡터 백신)이다. 벡터로는 가벼운 감기를 일으키는 아데노바이러스의 껍질을 사용한다. 이를 접종하면 원래 바이러스의 감염과 동일한 과정을 거쳐 세포 안으로 재조합 유전자를 집어넣게 된다. 백신 유전자를 전달만 하고 복제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에 안전하다. 또한 바이러스 껍질을 이용하기 때문에 백신 유전자의 전달 효율이 가장 좋다. 단점은 아데노바이러스 자체가 흔한 감기를 일으키는 바이러스이기 때문에 이미 여기에 대한 면역을 가진 사람이 많다는 것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사람이 아닌 침팬지의 아데노바이러스 껍질을 이용해 개발한다.

 

선택압력에 의한 바이러스의 진화- 방역을 늦출 수 없는 이유

바이러스는 빠른 증식과 빈번한 돌연변이로 다양성을 확보하고, '선택압력'에서 최적의 돌연변이가 즉각 선택되고, 그것이 증식해서 적응하는 과정이 몇 시간이면 완료된다. '압력'이란 백신이나 치료제의 등장으로 유전자가 복제되기 어렵게 되는 상황을 말하며, '선택'이란 그 압력에 저항하는 변이를 가진 유전자만 살아남는다는 의미다. 선택압력이 가해지면 그 영향 범위 안의 유전자들은 도태되고 범위를 벗어난 유전자들만 선택되어 새로운 대세가 된다. 이것이 바이러스의 변이, 곧 진화가 되는 것이다. 이런 압력이 주어졌을 때 어떤 식의 바이러스 변이가 일어날지는 예측 불가능하다. 

 

새로운 신종 코로나19의 출현 가능성
돌연변이 중에서 기존의 수용체가 아닌 새로운 세포 수용체와 결합하는 변이가 발생하면 새로운 신종 코로나가 출현한다. 만약 이런 돌연변이가 발생하면 팬데믹 초기에서 지금까지 겪어온 과정을 처음부터 다시 되풀이하는 악몽 같은 상황이 벌어진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개발되었다고 방역을 늦출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동시 접종이 필요

변이가 풍부한 RNA바이러스 특성상 힘들게 만들어놓은 백신의 항원 부위에 변이가 발생할 위험도 공존한다. 백신의 접종은 선택압력으로 작용하며, 이것은 항원 부위의 변이를 촉진할 가능성이 있다. 이런 항원의 변이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백신을 동시에 접종해야 한다. 백신을 장기간에 걸쳐 접종하면 항원의 변이가 일어날 확률이 점차 높아지기 때문이다. 또한 확진자가 많을수록 변이가 일어날 가능성이 많으므로 방역이 더욱 중요해진다. 

개인과 집단의 가치 충돌

선진국의 저조한 방역 결과들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개인의 자유와 집단의 안전이라는 핵심 가치관이 충돌하고 있다. 개인의 자유를 위해 수많은 희생을 겪었던 역사를 생각하면 쉽게 포기할 수 있는 가치관이 아니다. 하지만 모든 개인의 종합인 집단의 위기를 막으려는 가치관도 역시 포기하기 어렵다. 집단을 위해 개인의 치료를 포기하는 것도 용납되지 않지만 반대로 개인의 자유를 위해 집단의 안전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도 용납되기 어렵다. 개인과 집단의 가치 충돌은 역사에서 끝없이 반복되어왔던 난제다. 방역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집단의 안전을 위해서 개인의 자유에 제한을 가하는 행위다. 하지만 방역은 개인과 집단의 이익이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하는 문제다. 바이러스라는 이기적 유전자는 가치관에 상관없이 퍼지면서 개인에게는 감염, 집단에게는 전파라는 문제를 동시에 일으킨다. 즉 개인과 집단의 안전 문제이지 자유와 통제의 대립 문제가 아니다. 개인의 생각이 아무리 다양해도 생물학적으로 인간은 단일종이다.

어린이는 중증환자가 적다.

어린이의 콧속 상피세포와 면역세포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의 침입을 감지하는 수용체가 어른보다 많아서, 바이러스를 조기에 감지할 수 있어 감염 초기에 어른보다 강한 면역반응이 일어나고, 바이러스가 더 빨리 제거되기 때문에 코로나 증세가 중증으로 이어질 확률이 낮다. 

 

평생 지속되는 아동의 비만-암울한 미래

어릴 때는 지방세포가 분열해 수가 늘어난다. 이 지방세포의 부피가 늘어나면 살이 찌는 것이고, 살을 뺐다는 것은 지방세포의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방세포는 20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한 번 형성된 지방 세포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끝까지 유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코로나19로 집콕을 하는 어린이들의 문제가 심각하다. 학력 저하는 물론이고, 활동 감소와 간식 섭취의 증가로 '확찐자'가 많아졌다. 지금은 코로나19만 생각하지만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이다. 아마도 비만, 대사증후군,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이 더 이른 나이에 더 많이 발생할 것이다. '위드 코로나'는 아이와 자영업자의 입장에서 결정돼야 한다.

 

 

 

에필로그

처음 이 책을 읽으면서 '신세계'를 경험했다. 2번 3번을 읽으면서 '봉사가 눈 뜬 기분'이었다. 코로나19뿐만 아니라, 바이러스 전반과 면역에 대한 단편적인 지식으로 혼란했던 머리를 정리할 수 있었다. 저자의 지식도 놀랍지만, 글솜씨도 대단했다. 일반인도 쉽게 이해시키려고 애쓴 흔적이 곳곳에 보인다. 그래도 어려운 부분은 매 챕터의 첫머리에 나오는 개요만 읽어도 될 것이다. 책의 말미에 기록된 수많은 참고문헌을 보면 이 책 한 권을 쓰기 위한 저자의 역경이 상상이 된다. 아직도 내가 얼마나 이해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정보는 많이 알려야 한다는 생각에 간략하게 정리를 했다. 의료인은 물론이고, 코로나19에 관심이 있는 모든 분에게 '바이러스의 시간'을 권한다. 

 

(끝)

 

 

※ 위 내용의 대부분은 울산의대 미생물학과 교수 주철현 著 '바이러스의 시간'에서 인용했고, 최근 자료와 제 생각을 약간 추가한 것입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십시오.

 

 

2021.09.05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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