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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by 우산 신동호 2023. 2. 28.

 

할머니

배가 아프면 약손으로 문질러 주시고,
당신의 젖도 물려주시고,
예의범절과 도덕률은  할머니께 배웠습니다.

장독대에서 정안수를 떠놓고 기도하시고, 집안의 궂은일은 할머니 몫이었습니다.

제사가 돌아올 때면.
술도 빚으셨습니다.
집에서 술을 빚는 것은 불법이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때가 되면 꼭 담그셨습니다.

쌀을 쪄서 술밥을 만들고,
햇볕에 말린 후에 누룩을 섞어 술 항아리에 담고 아랫목에 두고 이불로 싸서 두면,
얼마 안가서 보글보글 거품이 솟으면서 술향기가 솔솔 나왔습니다.

꼬들꼬들한 술밥은 맛난 간식이었고,
술을 거른 후의 찌꺼기(모주)를 설탕에 타서 주셨는데,
아직도 그 맛을 잊지 못합니다.
덕분에 인생 처음으로 술맛을 알게 됐고,
할아버지 심부름으로 주전자 들고 술을 사러 갈 때도 맛을 보게 됐습니다.
 
 

그런데, 부모님은 할머니에게 냉정했습니다.
어릴 적엔 이유도 몰랐고, 그런 부모님을 원망도 했습니다.
 
 

할머니는 애가 없었고,
할아버지가 작은 할머니(오른쪽)를 얻어서, 아버지와 고모가 태어났습니다.
 

 

시흥의 첫 운수사업은 1928년에 금이동 출신 신현순(申鉉舜1895~1969)이 설립한 소신여객이다. 신현순은 이 해 신천동~소사(현 부천)간에 도로를 개설, 포드 8인승 한 대를 구입하여 운영하였으며, 이어 1932년에 안양~ 정왕동 옥구도간 도로가 개설되자 이듬해 운수사업을 실시 하루 8회씩 운행하기 시작했다. (시흥시, 『사진으로 보는 시흥 100년, 4 : 시흥의 생활문화』, 2001, 288쪽).

 

사진 중앙의 할아버지는 아버지를 안고 계시고, 오른쪽은 작은 할머니, 왼쪽은 아버지의 외삼촌인데 운전을 하셨습니다. 사업이 순탄치 않았는지 회사를 다른 분께 넘기고 집도 어려웠습니다.

 
 

 

작은 할머니는 소래 염전에서 소금을 받아서 밀거래를 하셨고, 외아들 원하는 것도 사주셨다고 합니다. 아버지는 그 당시에 바나나도 드셨답니다.
 
 

그런 할머니는 폐병으로 젊은 나이에 돌아가셨습니다.
밀거래를 하면서 갈대밭 속에 몸을 숨기고 마음 졸였을 할머니가 생각납니다.
 
 

할아버지는 말년에 풍을 맞아 거동이 불편하셨습니다. 제가 골목 어귀에 의자를 놓고 할아버지를 부축해 앉혀드리면 편안하게 세상 구경을 하셨습니다. 개장국을 좋아하셔서 냄비를 들고 공덕시장 가는 길에 있는 식당으로 심부름을 갔는데, 그때 한 점씩 받아먹던 고기 맛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부모님의 심정도 이해가 됐습니다.
 
두 할머니,
부모님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잘 지내고 계시죠?
보고 싶어요~~
 
 

 
THE LAST ROSE OF SUMMER
 RENEE FLEMING 

여름의 마지막 장미,
홀로 남아 피어 있네,
아름다웠던 벗들,
모두 시들어 사라졌네,
가까이에 장미 친구들,
꽃봉오리들 없으니,
붉은빛 홀로 간직할 뿐,
한숨마저 함께 나눌 수 없네.

외로운 장미여, 난 너 홀로
줄기에 남아 한숨짓게 하지 않으리,
아름다운 벗들 모두 자고 있으니,
가서 그들과 함께 잠들어라,
이렇게 너의 꽃잎들을
곱게 화단에 뿌리리라,
네 벗들이 향기 잃고
죽어 잠든 정원에.

나도 곧 따라가리,
친구들도 떠나가고,
사랑의 소중한 동반자들에서
보석들이 떨어져 나가네!
진실한 마음들은 시들고,
정다웠던 이들이 사라져 버리면,
아! 이 적막한 세상에 홀로
그 누가 살아남길 바랄까?

토머스 무어(Thomas Moore, 1779-1852)

https://m.blog.naver.com/yoonphy/222427781820

 

짧은 영시 (86-1) 토머스 무어 / 여름의 마지막 장미  The last rose of summer

여름의 마지막 장미 토머스 무어1 여름의 마지막 장미, 홀로 남아 피어 있네, 아름다웠던 벗들, 모두 시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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