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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쓰기

비만(1) 비만은 환경과 호르몬 변화 때문

by 우산 신동호 2021. 9. 7.

 

비만의 원인

현대인이 뚱뚱해지는 이유
남아도는 음식과 호르몬의 변화(고인슐린혈증) 때문이다.

수렵과 채집으로 연명했던 구석기 시대

먹을거리를 구하려면 움직여야했고, 먹을거리가 있을 때 가능한 한 많이 먹고, 남는 에너지는 몸에 지방으로 저장해서 궁핍한 시기에 대비했다.

 

먹을거리가 곳곳에 넘쳐 나는 현대

인류 역사의 99.99%를 이렇게 살았는데, 현대인은 나머지 0.001%의 기간에 엄청난 사회적 변화를 겪으며 우리 몸은 적응에 실패했다. 산업혁명과 대량재배로 먹을거리가 곳곳에 넘쳐 나는 시대를 살고 있어서 지방으로 저장할 필요가 없지만, 유전자는 저장을 명령한다.

농경과 사육의 신석기시대

먹을거리를 구하긴 쉬어졌지만, 덜 가공된 곡식(통곡물)과 적당한 노동으로 비만을 피했다.​

 

인슐린이 많아지면 에너지 저장이 많아져서 살이 찐다.

인슐린은 지방 세포에서 지방산을 중성 지방으로, 간에서 포도당을 글리코겐으로, 근육에서 아미노산을 단백질로 전환해서 에너지를 저장하는 역할을 한다. 즉 인슐린 작용이 증가하면 우리 몸의 에너지는 저장되고, 인슐린 작용이 감소하면 에너지를 소모하는 것이다. 저장에 제일 편리한 곳은 지방세포다. 필요에 따라 200배까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남는 지방은 간에 저장된다(지방간). 에너지가 지방으로 저장되려면 반드시 인슐린이 필요하고, 지방의 분해를 촉진하는 것은 에피네프린, 글루카곤, 성장호르몬 등이 있다. 이 중 인슐린의 힘이 가장 강해서,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면 지방 분해를 촉진하는 다른 호르몬의 분비는 억제된다. 살이 쪘다는 것은 지방이 증가했다는 말이다. ​살을 빼려면 지방을 합성하는 인슐린을 낮춰야 하고, 이를 계속 유지한다면 체중 증가도 막을 수 있다. 식사 후에 혈중 포도당이 증가하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하고, 식사 후 몇 시간이 지나면 혈당은 떨어지고 인슐린도 감소하고 지방이 분해된다. 즉 지방 형성과 지방 소실의 과정이 반복되는 것이다. 우리에게는 하루 중 주기적인 인슐린의 분비 감소가 꼭 필요하다. 하루 세 끼만 먹으면 중간에 인슐린이 감소할 시간이 있는데, 이침-간식-점심-간식-저녁-야식이 되면 인슐린이 높은 상태를 유지한다. 이렇게 지속적으로 설탕 및 정제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해서 만성적으로 인슐린이 높은 상태가 유지가 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발생해서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대사증후군​이 생긴다. 

식욕을 조절하는 호르몬

인슐린이 증가하면 렙틴 분비가 증가하고, 반면 그렐린 분비는 감소한다. 식사를 하고 포만감이 생기면 지방세포에서 렙틴이 분비돼서 포만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억제하고, 배고픔을 느끼면 위에서 그렐린이 분비돼서 배고픔중추에 작용해 식욕을 증가 시킨다. 그렐린을 분비하는 위를 절제하면 식욕을 못느껴 체중이 준다. 

인슐린 저항성

설탕 및 정제 탄수화물​의 섭취가 늘면 인슐린 분비가 증가(고인슐린혈증)하고, 운동량이 감소하고 살이 찌면 인슐린 저항성이 생겨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을 못한다. 인슐린이 증가해도 혈당이 떨어지지 않고, 비만과 당뇨병 등 각종 대사증후군의 원인이 된다. 전체 비만 인구의 80% 정도가 인슐린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인슐린 저항성이 비만의 원인이 되고, 다시 비만은 인슐린 저항성을 높이는 악순환이 생긴다. 

고인슐린혈증은 인슐린 저항성과 함께 렙틴 저항성의 원인이 된다.

렙틴에 저항성이 생겨 포만감을 느끼지 못하면, 실제로 배고프지 않고 몸에 에너지도 많은데, 뇌는 굶주리고 있다고 느낀다. 이를 '뇌 굶주림'이라고 칭한다. 뇌 굶주림은 먹으라고 명령을 내리니 쓸데없이 에너지를 섭취하게 된다. 현대 청소년들은 40~50년 전 청소년보다 인슐린 분비량이 굉장히 높게 측정이 된다. 그들의 미래를 걱정하고 대비해야 한다.​

 

패스트푸드는 <지방, 소금, 설탕>이 어우러진 마약이다.

식품 회사는 우리를 많이 먹게 하기 위한 연구를 한다. <지방, 소금, 설탕>을 적절히 배합해서 중독성이 강한 식품을 만든다. '지방'은 '설탕'과 함께 있을 때 위력이 더 커지고, 우리 뇌는 과식을 억제하는 제동장치가 무력화된다. 그러나 진짜 마법은 소금이 더해졌을 때 본격적으로 시작이 된다. 가장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짠맛'이기 때문이다. WHO에서 정한 소금의 하루 권장량은 2,000mg이하인데, 치킨 반 마리에 1,591mg, 라면 하나에 1,900mg의 소금이 들어있다.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단 음식은 행복 호르몬인 세로토닌과 도파민 분비를 자극해서 기분이 좋아진다. 하지만 효과는 일시적이라 계속 먹게 된다. 설탕의 중독성은 카페인을 만났을 때 배가된다. 설탕과 카페인의 조합, 바로 탄산음료이다. 영양식이라고 선전하는 시리얼과 요거트에도 설탕은 빠지지 않는다.

스트레스도 비만의 원인이다.

급성 스트레스를 받으면 느끼면​ 코르티솔과 에피네프린이 증가해서 심장 박동수가 빨라지고, 혈압이 상승하고, 혈당이 증가한다. 스트레스 해결을 위한 에너지가 필요해서 혈당이 증가하는 것이다. 상황이 해결되면 이런 반응은 종료되고 제 자리로 돌아온다. 하지만 현대인의 만성 스트레스는 에너지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데도 스트레스를 받으면 고당분 음식을 찾게 한다. 과식이나 폭식을 하는 경우가 생기고, 코르티솔과 인슐린은 지속적으로 상승한다. 항상성이 회복되지 않고, 지방이 과도하게 축적되어 복부비만을 초래한다.

 

수면부족과 스트레스

수면 부족과 스트레스는 아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트레스로 인한 코르티솔의 증가는 수면의 질을 떨어뜨린다. 수면의 질이 떨어지면 다시 코르티솔이 올라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잠잘 때 살이 빠진다는 말이 있다. 인슐린이 가장 낮게 오랫동안 유지 되는 시기는 잠잘 때이다. 인슐린이 낮으면 지방 형성이 억제되고 지방 분해가 촉진돼 체중이 빠지는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충분히 잘 자면 그렐린은 감소하고, 렙틴은 증가해서 음식을 적게 먹는다. 수면 부족은 짜고, 맵고, 달고, 고칼로리, 고설탕 음식인 야식을 부른다.

인슐린과 코르티솔은 모두 지방을 늘어나게 하지만 역할이 다르다.

인슐린은 살을 찌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코르티솔은 살이 붙는 부위를 결정한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 때문에 복부비만이 생긴다. 조상들은 복부 지방을 간직할 기회가 많지 않아서  적당한 정도의 복부 지방을 가지고 있는 것이 효율적인 경우가 많았다. 간에 영양소가 신속하게 공급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현대인에게 복부 지방은 더는 재산이 아니라 빚일 뿐이다. 건강을 원하는 사람은 내장 지방, 즉 허리둘레를 줄여야 한다.

나이가 들면 배가 나온다.
여성 호르몬 에스트로겐과 남성 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은 나이가 들면서 감소하고 성장 호르몬도 감소한다. 이 호르몬들은 지방 분해와 관련 있는 호르몬이다. 반면에 나이가 들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과 에너지 저장 호르몬인 인슐린이 증가한다. 지방을 저장시키는 호르몬은 증가하고, 지방을 분해하는 호르몬은 감소하니까 뱃살이 나올 수밖에 없다. 

 

비만의 정의 - 복부비만(내장지방)이 문제다.

체중(kg)을 신장(m)의 제곱으로 나눈 값을 체질량 지수(BMI)라고 한다. BMI가 25를 넘으면 비만이라고 한다(참고 : 8.5~22.9 정상, 23.0~24.9 과체중, 25.0~29.9 비만, ≥30 고도비만). 그런데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복부 비만(허리둘레로 측정, 남자 95cm, 여자 85cm이상)이다. 주로 내장 지방이 증가한 것으로 남성에게 많이 생긴다. 하체 비만은 피하 지방의 증가로 여성에게 더 많다. 하지만 폐경기가 되면 여성도 남성과 차이가 없어지고, 피하 지방과 내장 지방이 둘 다 늘어나는 복부 비만이 된다. 내장 지방은 피하 지방보다 간과 심장에 가깝기 때문에 더 위험하고 대사성 질환의 원인이 된다. 따라서 내장 지방을 줄이는 것은 건강을 회복하는 최선의 길이다. 내장 지방 세포에서 염증 유발 물질이 나와서 동맥경화증을 유발할 수 있다. 뇌졸중과 관상동맥질환이 많이 생기고, 여성에서는 유방암, 자궁암, 난소내막암 등의 발병 확률이 높아진다.

 

평생 지속되는 아동의 비만

어릴 때는 지방세포가 분열해 수가 늘어난다. 이 지방세포의 부피가 늘어나면 살이 찌는 것이고, 살을 뺐다는 것은 지방세포의 부피가 줄어드는 것이다. 지방세포는 200배까지 늘어날 수 있다. 문제는 한 번 형성된 지방 세포의 숫자는 줄어들지 않고 끝까지 유지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아동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알고 있는 속설 중 "어릴 때 찐 살은 커서 키로 간다"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국내외 연구에 따르면 근거가 없는 말로 밝혀졌다. 어릴 때 비만하면 초기에는 성장이 빨라도 성호르몬의 변화로 성장판이 빨리 닫혀 키가 덜 클 가능성이 높다. 우리나라 소아 비만율은 패스트푸드 섭취율의 증가와 비례해서 증가하고 있고, 농촌 지역 비만율은 도시보다 더 높은 경향을 보인다. 

 

코로나19로 '확찐자'가 늘었다.
코로나19 방역 때문에 배달 음식과 혼밥의 시대가 왔다. 움직임은 더욱 줄고 칼로리 섭취는 더 늘어난다. <지방, 소금, 설탕>에 중독된 현대인은 배달과 혼밥에도 중독이 될 것이다. 편리하기 때문이다. 복부비만의 젊은이들이 너무 많아졌다. 지금은 코로나19만 걱정하지만 '확찐자'의 미래는 암울하다. 코로나19보다 훨씬 많은 사람이 비만, 대사증후군, 이상지질혈증, 당뇨병, 고혈압, 우울증으로 고생하게 될 것이다. 당뇨병의 급격한 증가로 인슐린이 모자랄 수도 있다는 걱정을 하는 학자도 있다.

 

 

※ 위 내용의 대부분은 경희대학교 약리학 교수 박승준 著  '비만의 사회학'을 인용 및 정리한 것입니다. 자세한 내용은 책을 참고하십시오.

 

2021.09.06  D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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